[이춘성의 건강칼럼] 씁쓸한 디스크 비수술치료광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허리디스크라는 병의 경과를 살펴보면, 전체 환자의 85∼90% 정도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1∼3개월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반면 나머지 10∼15%의 환자에게만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무슨 차이가 있길래 어떤 환자는 저절로 상태가 좋아지고, 어떤 환자는 수술을 받게 될까?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디스크 돌출로 인해 발가락이나 발목에 마비가 온 환자이거나, 척추관협착증이 생겨 신경이 심하게 눌리는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이 수술하지 않고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는 수술을 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디스크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한다는 것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는 85∼90%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비수술적인 치료로 통증의 강도를 줄여줄 수 있고 통증이 지속되는 기간을 줄여 환자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비법은 없다.
많은 병원에서 디스크 환자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한다. 수술 결정에 신중한 의사들은 전체 디스크 환자의 5% 미만에서 수술을 한다. 나머지 95%의 환자는 어떻게든 수술을 하지 않고 완치시키려고 애를 쓴다.
물론 디스크 초기에 통증이 심할 때 수술하면 환자도 편하고 의사도 명의라고 소문날 것이다. 하지만 몇년 후 디스크가 재발할 경우 유합술 등 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비수술적인 치료로 좋아진 환자는 별 다른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허리디스크는 어떻게든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와 같은 치료원칙을 지키고 있다. 단지 광고를 하지 않을 뿐이다. 디스크를 수술하지 않고 비수술적으로 치료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광고한다는 것이 낯간지럽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료의 상업화’라는 우리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