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아내 띄우기’… 더 바쁜 남편들
홍희경 기자
수정 2008-03-05 00:00
입력 2008-03-05 00:00
4·9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도전한 여성 의원들의 남편들이 뛰고 있다. 직장을 잠시 쉬고 선거운동에 ‘올인’한 열성파부터, 주춤하며 선거운동을 바라보는 관망파까지 외조하는 모습은 다양해도 마음은 같다. 부인의 꿈을 지켜 주겠다는 마음이다.
●직장 쉬고 부인 대신 ‘술상무´ 노릇
경기 안산 단원을에 공천을 신청한 박순자 의원의 남편 양경호씨는 직장을 잠시 쉬고 박 의원을 돕고 있다. 수줍음이 많아 처음에는 1시간 내내 명함 10장도 채 못 돌렸다. 그러나 지금은 시민들의 저녁 반주 자리에 어울려 소주 한 잔을 넙죽 받아먹으며 ‘술 상무’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고생할 거면 직접 (선거)하지, 왜 마누라 선거운동에 다니느냐.”는 취객들의 농담에도 아랑곳없이 박 의원의 공약을 설명할 만큼 넉살이 늘었다고 한다. 지역구 재선에 도전하는 서울 서초갑 이혜훈 의원의 남편 김영세 연세대 교수와 부산 연제구 김희정 의원의 남편 권기석씨는 관록을 자랑한다.
두 명 모두 평소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인의 의정활동에 조언을 아끼지 않던 ‘외조의 달인’이다. 권씨는 신혼 초 주말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달려가 지역행사에 참여하다가 쓰러져 ‘링거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여름, 겨울휴가를 모두 3월에 몰아 쓰며 선거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교수도 시간을 쪼개 이 의원을 돕기로 했다. 외조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병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의 남편 김재호 서산지원장은 ‘외조의 의무’에서 한 걸음 비켜서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공무원이어서 예비후보 단계에서는 나 의원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 행사 대신 참석 ‘얼굴마담´도
그래도 김 지원장은 겸직인 서산시 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퇴하며 지원 태세를 갖췄다. 가사를 돕는 횟수가 느는 등 ‘외조’에 눈을 떠가고 있다고 나 의원은 귀띔했다.‘정치인의 남편’으로 여성 의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는 남편이 늘고 있지만, 아직 남성 의원 부인들이 내조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여성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8-03-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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