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일 별난 사람들] (11) ‘암벽 사나이’ FnC코오롱 원종민 차장
강주리 기자
수정 2007-10-18 00:00
입력 2007-10-18 00:00
그의 암벽타기는 취미가 아니라 생업이다.FnC코오롱에서 만드는 등산용품을 출시 전에 테스트하고 더 나은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찾는 일이다.1992년 입사 이후 올해로 16년째다.
“등산복과 등산기구는 반드시 현장에서 써 보고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이 조금만 부실해도 커다란 인명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암벽 타기에 입문한 것은 대학(동국대 산업공학과) 2학년 때였다. 처음에는 “공부나 하지 뭐하러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느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장비를 감춰놓는 바람에 집안에서 ‘보물찾기’를 해야 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저한 안전의식이었다. 헬멧, 암벽화 등 안전장구가 없으면 절대로 등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암벽을 타면서 단 한 차례도 다쳐본 적이 없다.
그는 ‘코오롱 등산학교’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등산학교는 1985년 홍보 차원에서 발족됐다가 지금은 등산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등산사관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4000명의 제자도 길러냈다. 그는 대한산악연맹의 등산교수도 겸하고 있다.
원 차장은 3년 전 히말라야 아마다블람(6812m)과 드리피카(6447m)를 등반했다.‘암벽등반의 세계’(1995년)와 ‘등산’(2001년) 등 전문서적도 냈다.
여름에는 암벽을,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폭포 빙벽을 탄다. 그는 “빙벽은 미끄러운 데다 쉽게 깨져서 더 위험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더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동양 최대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폭포(350m)를 겨울 빙벽 등반의 으뜸으로 꼽는다.
“암벽을 탈 때보다는 비행기 탈 때가 더 무서워요. 암벽에서는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지요. 누구라도 한번 도전해 보면 보기보다는 그렇게 무섭거나 어렵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07-10-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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