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 ‘자유부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김 감독은 불륜여성에 덧씌어진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었다고 했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예요. 두 번째 사랑이 아니라 그녀가 찾은 두 번째 삶에 방점을 찍은 영화죠.”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그집앞’으로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첫 한·미합작으로 탄생된 영화는 뉴욕에서 올 로케이션 됐으며 올해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배우 하정우와 파란 눈의 금발 여배우 베라 파미가의 조합은 묘한 긴장감을 안겨 준다. 미술을 전공한 감독답게 영상은 세련됐고,‘피아노’의 음악감독 마이클 니먼이 빚어낸 현악 4중주 선율은 스크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몸이 가니 마음도 갔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새로운 포장지에 쌌을 뿐이라는 혹평도 내놓았다. 김 감독은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 내 영화가 감정적인 뭔가를 긁고 있다는 것 아닐까.”라며 오히려 들뜬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 불륜 영화에서 결말은 두 가지였죠. 무릎 꿇고 싹싹 빌어 다시 남편 밑으로 들어가 조신하게 살던가, 아니면 ‘안나 카레리나’처럼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어 처절하게 파멸하던가. 저는 이런 것들을 전복시키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소피가 행복하다는 것.“관객들은 그녀가 지금 누구와 살고, 아이가 누구의 아이일까를 궁금해 하겠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가 진짜 원하는 삶을 스스로 찾았다는 것이 중요하죠. 지하와의 사랑은 통과의례일 뿐이죠.”
차기작은 심리 스릴러물. 파라마운트사와 함께 작업한다.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이름을 떨친 그녀가 본격적으로 주류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자각하는 여성을 다룰 것이란다. 타이완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리안 감독이 그녀의 역할모델이란다.“영국 클래식에서부터 미국식 서부극, 중국 무협 등 어떤 장르에서건 그 안에 항상 억눌린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아요. 저도 리안 감독을 닮고 싶어요.”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07-06-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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