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서울에서 토종 민들레를 보셨나요
수정 2007-04-21 00:00
입력 2007-04-21 00:00
서양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고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토종 민들레가 봄에만 꽃을 피우고 번식하는 데 비해 서양민들레는 봄부터 초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번식하며, 꽃송이 하나당 맺히는 씨앗의 숫자도 더욱 많다. 또한 환경이 열악한 경우에는 꽃가루받이와 정받이 없이도 씨앗으로 발달하는 처녀생식을 하기 때문에 어떤 환경 조건에서도 자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민들레에 비해 많이, 또 어떤 조건에서도 만들어진 씨앗에는 우산털이 달려 있어 바람을 타고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에 세력 넓히기에 안성맞춤인 생태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다.
꽃이 피었을 때 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하기는 쉽다. 민들레 종류들은 수십 개의 꽃이 모여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꽃차례를 이루고 있는데, 이 꽃송이를 밑에서 받치고 있는 기관이 있다. 이를 모인꽃싸개잎, 한자말로는 총포라고 하는데 이 꽃받침 모양의 총포가 두 종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민들레는 총포가 꽃송이 밑에 달라붙어서 받치고 있는 반면, 서양민들레는 바깥쪽 총포가 밑으로 젖혀진다. 또한, 민들레의 바깥쪽 총포조각 끝에는 서양민들레와는 달리 삼각형의 뿔 같은 돌기가 나 있다. 이 뿔은 토종 민들레 가운데 한 종인 산민들레와도 구분되는 특징이다.
서양민들레 같은 귀화식물은 외국과의 왕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생긴 부산물이다. 이들은 공항, 항구, 미군부대, 쓰레기 매립지, 경작지, 목장지대 등을 통해 들어온다. 이들 지역은 각종 개발에 의해 토종식물들이 이미 사라지고 흙이 드러난 곳으로서 귀화식물의 1차 침입장소가 되는 것이다. 귀화식물의 침입을 막으려면 검역강화 등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단계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들어온 외래식물이 번식할 공간을 없애야 한다.
대규모 주택단지 등 자연식생이 파괴되어 흙이 드러날 가능성이 큰 장소에서는 가능하면 흙이 노출되는 면적을 줄여야 한다. 가정에서도 대부분의 귀화식물이 한해살이 풀이고 씨앗을 많이 만든다는 데 착안, 꽃이 피기 전에 이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앉은뱅이꽃으로 불리며 선인들의 삶과 함께해 온 민들레가 서울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민들레는 물론 토종 민들레인 산민들레, 흰민들레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귀화식물은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우리땅에 침입해 귀한 토종식물을 밀어내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화에 발맞춰 귀한 우리 토종식물을 외국의 잡스러운 풀들로 바꾸는 식물의 세계화라도 해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동북아식물 연구소장
2007-04-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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