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 가지 기쁨이 있다 / 피천득
수정 2007-04-16 00:00
입력 2007-04-16 00:00
첫째는 천하의 영재에게 학문을 이야기하는 기쁨이요,
둘째는 젊은이들과 늘 같이 즐김으로써 늙지 않는 기쁨이요,
셋째는 거짓말을 많이 아니하고도 살아 나갈 수 있는 기쁨이다.
이런 행복한 생활을 해오기에는 내조의 공이 큰 바 있다.
만약에 불행히 그가 사교성이 있는 여자였더라면 나는 아마도 대관이 되었을 것이요,
화려한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아는 영민한 여성이었더라면 내가 영어로 편지도 잘 쓰는 터이니
지금은 큰 무역상이 되었을 것이다.
10 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더구나 한곳에서 훈장 노릇은 못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금반지를 타게 된 것이 어찌 오로지 부덕의 힘이 아니랴?
이 반지는 우리집 사람이 결혼 반지 삼아 끼고 다녀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 : 피천득
수필가, 시인이기에 앞서 평생을 우리나라 영문학의 개척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제1세대 영문학자이다. 1920년대의 암울했던 일제 식민 치하의 한반도를 등지고 중국으로 피신하여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던 선생은 당시 상하이의 호강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그는 해방을 맞은 후 경성대학교 예과 교수직을 시작으로, 1951년부터 1974년 정년 퇴임을 맞이하기까지 서울대학교에서 걸출한 영문학자들을 무수히 배출하였다. 지은 책으로 시문집 <산호와 진주>, <생명>, 수필집 <인연> 등이 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