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트랜스 아메리카
황수정 기자
수정 2006-11-09 00:00
입력 2006-11-09 00:00
여자가 되고픈 일념으로 온갖 편견을 견뎌온 브리(펠리시티 허프만)에게 성전환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뜻하지 않은 일이 닥친다. 그에게 스무살쯤되는 아들이 있으며, 그 아이가 지금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는 것. 교회 전도사로 신분을 속인 채 아들 토비(케빈 지거스)에게 접근한 브리는 아들과 함께 예기치 않은 여행길에 오른다.
자신이 친아버지이자 트랜스젠더란 사실을 숨기려는 브리,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자살한 엄마와 양아버지 밑에서 비뚤게 자란 토비의 동반여정에는 울퉁불퉁 요철이 깔렸음에도 용케도 꾸준히 관객의 체온을 끌어올린다.
청량감 넘치는 화면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상포인트이다. 탁 트인 대지와 끝없이 푸른 하늘, 지평선 멀리로 펼쳐진 도로 등 그림엽서에서 퍼온 듯한 수려한 자연풍광에 스크린은 내내 아련한 서정으로 물들어 있다.
던칸 터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때론 코미디처럼 유쾌하고 때론 코끝 찡하도록 진지하게 삶을 관조하는 드라마가 신인감독의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성 정체성을 찾지 못해 고뇌하면서도 시종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 캐릭터를 흠결없이 구사해낸 허프만의 내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11-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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