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기 전에 행동하라
수정 2006-10-18 10:34
입력 2006-10-18 00:00
태국을 떠나기 전 ‘이종불규칙활동가’ 김소준철 씨(23세)는 기어코 눈물을 터트렸다.
마음속의 단단한 응어리가 깨어지는 느낌. 이국에서 신명나게 사물놀이를 하고, 에이즈 환자들과 코끼리 인형을 깎고, 몸을 흔들며 대화를 나눴던 기억들이 황홀하게 스쳐 지나갔다. “네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오렴. 그리고 계속 학교를 다니든, 자퇴를 하든 네 뜻을 존중해주마.” 어머니의 말씀대로 그는 열여덟 살에 태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사람들에 대한 측은함보다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친구들과 다투고, 두 번이나 전학을 하고 ‘왜 날 이해하지 않는 거야!’라며 불평을 내뱉던 문제아가 조금이나마 세상에게 미안해졌다.
그 후로 그는 달라졌다. 염세주의자에서 낙천적인 활동가로 변했고, 걱정보다는 행동이 우선이었다. 입양자들과 빈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독일 환경캠프에 참여하고, 청소년을 위한 약물, 알코올 중독 상담사로 일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명백히 ‘자원봉사’가 아닌 ‘자원활동’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선량하고 희생을 감내한다고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막막한 길 위에 서 있는 기분. 마치 도박하는 느낌이죠. 이걸 하면 저걸 못 하고, 또 뭔가가 있을 것 같고. 전 아직 가고 싶은 길이 많아요.” 이 왕성한 활동가의 발걸음은 어디까지 지속될까. 요즘 그는 많은 축제에 참여하고 싶다. 실제로 프로젝트 팀 ‘느낌 공장 ON단다’를 만들어 제2회 와우북페스티벌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동화 구연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공연이라는데, 일단 목표는 이렇다. 관객과 공연자 모두 어울려 노랠 부를 것. 사람이 사람을 소외하지 않는 세상을 꿈꿀 것.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꿈꾸기 전에 먼저 행동할 것.
취재, 글_강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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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샘터>2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