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78)-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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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8-28 00:00
입력 2006-08-28 00:00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4)


북제(北齊)의 천보2년(551년) 어느 날.40세쯤 되어 보이는 어떤 사나이가 2조인 혜가 앞에 나타나 절을 하고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소인은 오래전부터 풍병(風病:나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슨 죄가 그리도 많아서인지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스님께서는 참제(懺除)하여 주십시오.”

혜가가 말하였다.

“죄를 가져오너라. 그리하면 내가 참제하여 주리라.”

사내는 오랫동안 생각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찾아도 찾아도 죄를 찾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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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혜가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그러하면 그대의 죄는 모두 없어졌다. 앞으로는 불, 법, 승의 삼보에 의지하라.”

“스님이 제 앞에 계시오니, 승보임은 잘 알겠지만 무엇이 불보이며, 무엇이 법보입니까.”

이에 혜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이 곧 부처요, 마음이 곧 법이니라.(心卽是佛 心卽是法)”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이 곧 부처’란 심법이 최고로 전성기를 이룬 것은 육조혜능(六祖慧能)으로부터 예언된 한 마리의 미친 말, 마조(馬祖) 이후부터였다.

일찍이 한 마리의 말이 태어나 그 말이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밟아 죽일 것이라고 달마의 스승 반야다라(般若多羅)로부터도 예언되었던 마조는 천 명이 넘는 대회상을 거느리면서 입실제자만 해도 139명이 넘을 정도로 나름대로 종주(宗主)였을 뿐 아니라 마조선(馬祖禪)이란 독특한 심지법문을 펼쳤던 중국 선불교의 중흥조였다.

마조선의 핵심은 ‘평상심이 곧 도’라는 것과 ‘마음이 곧 부처’라는 사상으로 대변된다.

마조선의 핵심인 ‘마음이 곧 부처’라는 법문이 탄생된 것은 마조의 제자인 법상(法常)으로부터였다. 법상은 어려서 출가하여 20세 때 구족계를 받았는데, 계를 받은 후 수많은 경전을 공부한 후 후에는 크고 작은 경론을 강의하였다. 지식은 날로 늘어갔으며, 그의 강의는 더할나위 없이 뛰어났지만 마음속으로는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스스로의 위화감에 깊이 번민하다, 드디어 도를 찾아 행각에 나선다. 마침 마조가 널리 수행승을 지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법상은 마조를 찾아가 친견하자마자 대뜸 다음과 같이 묻는다.

“무엇이 부처입니까.(如何是佛)”

이에 마조가 대답한다.

“자네의 마음이 곧 부처이다.”

법상이 다시 물었다.

“법(法)이란 무엇입니까.”

“자네의 마음이 바로 그것(佛法)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네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법상이 다시 물었다.

“그럼 달마에게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단 말입니까.”

마조는 대답하였다.

“부족함이 아무것도 없는 그 마음을 간파하라.”

마조의 이 말에 법상은 마침 크게 깨닫고 구름이 걸려 있는 대매산(大梅山)에 올랐던 것이다.
2006-08-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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