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기로에 선 정동영
구혜영 기자
수정 2006-06-01 00:00
입력 2006-06-01 00:00
“패배 모든 책임 지겠다”
31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밝힌 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이다.‘참패’ 앞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정 의장은 침통한 얼굴로 “향후 대책은 1일 당 공식기구를 통해 밝히겠다.”며 서둘러 당사를 떠났다. 이제 당 안팎의 초점은 정 의장의 거취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출구조사를 지켜보기 위해 당사로 나오기 전 정 의장은 측근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있었던 한 측근은 “선거 상황을 지켜봤다. 고독해보였다.”고 전했다. 거취 문제와 당의 진로까지 거론한 무거운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직후 “나름대로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의장 취임 3개월, 정치 인생 10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 의장의 소회를 거취 문제에만 국한시킨다면 일단 당 의장 사퇴로 좁혀진다. 의원과 당직자 등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다.‘조건없는’ 사퇴만이 국민을 보고 정치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입장이 한 축이다. 한 관계자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 거취 문제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사퇴 쪽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사퇴 불가론’도 만만치않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난 30일 긴급회동을 갖고 “당 의장이 물러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전략적인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하지만 이번 결과가 지난 2년에 대한 종합평가라면 의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많이 고민했고 결정은 내가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7월 재보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해 정치 재개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하다. 핵심 측근은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마당에 개인의 재생을 위해 출마한다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향후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면 모든 프리미엄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미래세력 연대’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1일 정 의장이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6-06-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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