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숨은 손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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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호 기자
수정 2006-05-04 00:00
입력 2006-05-04 00:00
가족나들이가 많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테마공원이 비상이다. 시민들에게 언제나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100%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는 사람들이 긴장의 끈을 더욱 바짝 조인다.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글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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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버랜드의 놀이기구인 X-트레인 담당자 정영철씨가 매일 아침 직접 레일을 돌아보며 점검을 하고 있다.
용인 에버랜드의 놀이기구인 X-트레인 담당자 정영철씨가 매일 아침 직접 레일을 돌아보며 점검을 하고 있다.
새벽 5시 탱, 탱, 탱, 둔탁한 쇳소리가 적막감이 흐르는 새벽 허공을 가른다.40m 높이의 에버랜드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스패너 하나로 안전점검을 하는 정영철씨가 까마득히 보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이다. 소리만 듣고도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바로 짚어내는 베테랑이다. 정씨의 거친 손에서 100% 무사고에 대한 믿음이 간다.

아침 9시 첨벙. 첨벙.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서는 새롭게 선보일 쇼 연습이 한창이다. 돌고래들의 먹이로 쓰일 냉동고등어를 녹이고 손질하는 조련사들의 눈은 상태가 좋지 않은 고등어를 찾느라 바삐 돌아가고 슈트복 차림을 한 조련사들이 돌고래와 눈을 마주치며 물 속에서 지느러미를 잡은 채 물살을 가르며 공중 점프연습을 한다. 입 속으로 들어간 짠 바닷물을 연신 뱉어내면서도 연습은 강행된다. 강행군을 마친 조련사들은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도 돌고래와 입을 맞추며 돌고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자신보다 우선이다.

손님들이 북적이는 오후 캐릭터와 무대의상을 디자인하는 롯데월드 의상디자인실 문을 열어봤다.

사무실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스케치 그림들이 어지럽다. 디자이너 강미정씨는 시즌별로 100여벌 이상의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때론 밤샘작업도 불사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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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휠체어, 유모차 대여소에서 한 직원이 수천대에 달하는 유모차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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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완벽한 공연으로 테마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외국인 공연단들은 타향에서의 외로움도 뒤로 한 채 분장 하나에도 혼신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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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퍼레이드 공연팀에 새로 투입될 러시아 공연팀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오디션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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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서 조련사 박상미씨가 새로운 공연을 위해 매일 2시간 이상씩 바닷물에서 연습을 하고 나서 피곤에 지쳐도 돌고래를 상태를 우선적으로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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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개의 전구가 어지러운 퍼레이드 차량의 전구를 교체하는 기술자, 무대 위의 공연단 움직임을 돋보이게 해주는 핀조명을 위해 높은 조정탑에 올라가 있는 조명기술자, 먼 타향에 대한 향수도 잊은 채 공연준비에 열심인 외국 무용수들 등 테마공원은 그 화려함만큼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이들에게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라고 물었다. 이들 모두 당연한 듯 같은 대답을 했다.

“그건 테마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즐거워할 때죠”

오늘도 공원 한쪽에서 시민들의 미소만으로 배불러하며 묵묵히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고 있을 이들에게 다섯박자 박수로 응원을 해본다. 짝짝 짝짝짝!!!
2006-05-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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