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64)-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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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10-31 00:00
입력 2005-10-31 00:00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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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공은 맹자에게 무슨 말을 들었던가.

어떤 인상 깊은 말을 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끝내 잊히지 않는다고 말하고 평생 동안 맹자를 존경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맹자사상의 골수인 성선지설이었다.

그 무렵, 문공은 아직 세자로서 이웃 강대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사신이지 약소국이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떠나는 진사(陳謝)사절이었던 것이다.

초나라로 가는 길에 송나라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송나라에는 맹자가 머무르고 있었다. 송나라도 등나라처럼 규모가 작고 땅은 협소하여 인구가 적었지만 송나라의 임금은 술과 여자에만 빠져 있을 뿐 분발하지 않았으므로 맹자 역시 우울한 식객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세자는 강대국 초나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진사로 나가는 자신의 입장을 한탄하자 맹자는 말끝마다 요순(堯舜)임금을 칭하면서 인간본성의 선함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맹자’에는 맹자가 문공에게 말하였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전후의 문맥으로 보면 맹자는 ‘인간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 천하의 성군 요순도 성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그대도 그 성선을 확장시킬 수만 있다면 반드시 요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는 내용으로 설법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맹자의 말을 그대로 흘려들었던 세자는 초나라에 가서 굴욕적인 외교를 끝내고 돌아올 무렵에 다시 맹자를 만난다.

이때 세자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요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없는데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듣기 좋은 말을 하였는가 하고 따져 물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자 맹자는 대답하였다. 의심하는 세자에 대한 맹자의 명답이 ‘등문공 상편’에 다음과 같이 나오고 있다.

“세자는 내 말을 의심하십니까. 도는 하나일 뿐입니다. 일찍이 성간(成 )이 제경공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대도 장부이고 나도 장부이니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하였으며, 안연(顔淵)이 말하기를 ‘순(舜)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도를 이룬 자는 또한 이 순과 같다.’고 하였으며, 공명의(公明儀)가 말하기를 ‘문왕은 나의 스승이니 주공(周公)이라도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하였습니다. 지금 등나라는 비록 작다고 해도 국토의 긴 곳을 잘라 짧은 것을 보충하면 오십리가 되니, 그래도 그것을 가지면 좋은 나라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만약 약이 몸을 어지럽게 하지 아니하면 그 병은 낫지 아니한다.’고 하였습니다.”

맹자의 이 대답은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성선지심’이 있는데, 그 마음을 닦아 도를 이루면 반드시 누구나 요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못 박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좋은 약을 먹었을 때 약 기운으로 말미암아 잠시 어지러운 증상이 있겠지만 참고 기다리면 곧 좋은 결과가 찾아와 쾌유되는 것처럼 비록 지금 등나라는 사방 50리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인의로써 다스린다면 반드시 요순과 같은 성군들의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음을 확신하는 맹자의 사자후였던 것이다.
2005-10-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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