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33)-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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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9-15 00:00
입력 2005-09-15 00:00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9)


종교개혁(Refomation).

기독교에 있어 본격적인 종교혁명은 마르틴 루터에 의해서 진행되었다.‘금화가 현금 궤에 떨어지는 소리를 내는 순간 영혼은 연옥을 벗어나 하늘나라에 올라가리라.’ 하면서 가톨릭교회가 면죄부를 팔기 시작하자 루터는 1517년 10월31일 비텐베르크 성문에 ‘우리의 주님이시며 선생이신 예수께서 회개하라고 하실 때 그는 신자들의 전 생애가 참회되어야 할 것을 요구하셨다.’는 유명한 명제로 시작되는 95개의 논제를 내걺으로써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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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묵자는 비록 ‘유교의 학문을 공부하고 공자의 학술을 전수받았던’ 유자였으나 어느 순간 유가를 박차고 혁명을 일으킨 유교에 있어서의 마르틴 루터였던 것이다.

묵자가 공자에게 느낀 최초의 불만은 공자가 세상을 올바로 다스리는 데 애쓴 데 반하여 묵자는 그 자신이 천민의 출신으로 봉건제도가 지닌 모순으로 부당하게 고난을 겪어야 하는 백성들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떴던 것이다. 특히 유가가 통치계급의 입장을 옹호하며 예악을 위주로 하여 서주(西周) 초기의 봉건사회를 재현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큰 반감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묵자는 사람들의 친소(親疏)와 존비(尊卑) 관계를 엄격히 따져 봉건계급제도를 확고히 하려는 유가의 태도와 예악이나 따지며 귀족이나 제후들에게 기생하는 유가의 비생산성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묵자의 사상을 전하는 ‘묵자’라는 책 전체가 유가의 모순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제목그대로 ‘비유(非儒)편’에 집중되어 등장하고 있다.

‘비유편’은 원래 상하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나 상편은 없어지고, 하편만이 남아 전하고 있다. 이 속에서 묵자는 유가의 비생산성을 다음과 같이 공격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예의와 음악을 번거롭게 꾸미어 사람들을 어지럽히고, 오랫동안 상을 입고 거짓 슬퍼함으로써 부모님을 속인다. 운명을 믿어 가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고상하고 잘난 체하고, 근본을 어기고 할 일은 버리고서 태만하게 편안히 지내며, 먹고 마시기를 탐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게으르다. 그래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빠지거나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를 벗어나는 수가 없다. 이것은 마치 거지와도 같으니, 두더지처럼 음식을 저장하거나 하며 숫양처럼 먹을 것을 찾고, 발견되면 멧돼지처럼 튀어나온다. 군자들이 이것을 비웃으면 성을 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편없는 자들아, 너희들이 어찌 훌륭한 선비를 알겠는가.’

여름에는 보리나 벼를 동냥하다가 모든 곡식이 다 거둬들여지면 큰 초상집만을 좇아다니는데, 자식과 식구들도 모두 거느리고 가서 음식을 실컷 먹는다. 몇 집 초상만 치르고 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남의 집을 근거로 하여 살찌고, 남의 들을 의지하여 부를 쌓는다. 부잣집에 초상이 나면 곧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야말로 입고 먹는 꼬투리이다.’고 한다.”

이러한 유가에 대한 묵자의 비판은 마치 공자에 대한 안영의 비난과 흡사하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유가는 안영에서부터 묵자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 이상 ‘허례허식을 일삼는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유자의 무리’로 비난받아왔음을 미뤄 짐작케 한다.
2005-09-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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