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03)-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9)
수정 2005-08-04 00:00
입력 2005-08-04 00:00
제1장 浩然之氣 (29)
그리고 나서 맹자는 선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전하께서 훌륭한 정치를 펴고 인을 베푸시어 천하의 모든 벼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조정에서 벼슬하고 싶어 하도록 하며, 경작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들에서 경작하고 싶어 하도록 하며, 상인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시장에서 상품을 팔고 싶어 하도록 하며, 여행하는 자들로 하여금 모두 전하의 길에 나가고 싶어 하도록 한다면 천하에 전하를 미워하던 모든 자까지 다 호소하려 할 것이니 상황이 이와 같다면 누가 감히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과인은 몽매하여 그대가 말하는 왕도정치에 나아갈 수 없으니 원컨대 그대는 나의 뜻을 도와 밝은 지혜로 과인을 가르쳐 달라. 그러하면 비록 과인은 민첩하지 못하지만 장차 시험해 보겠노라.”
그러자 맹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경세지략(經世之略)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선왕의 질문에 대답한 맹자의 경세철학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이다.
맹자가 2500년 전의 낡은 고인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현대에서도 필요한 현인임을 말해주는 맹자의 경세철학은 21세기에 어째서 ‘유교적 자본주의’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목표인가를 말해주는 산증거인 것이다. 맹자는 선왕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서도 항상 일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는 오직 선비만이 그럴 수 있습니다.※‘일반 백성과 같은 경우에는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인하여 항상 일정한 마음이 없어집니다(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진실로 일정함이 없어지면 방자함, 편벽됨, 사악함, 사치스러움 등을 하지 아니함이 없을 것이니 그리하여 죄에 빠질 지경에 이른 뒤에야 쫓아가서 백성들을 벌준다면 이는 백성들을 그물질하는 것입니다.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질하면서 어찌 왕도정치를 하는 거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현명한 군주는 백성들의 생업을 관장하되 위로는 부모 섬기기를 충분히 하며, 아래로는 처자 기르기를 충분히 하며, 풍년에는 1년 내내 배부르게 하고, 흉년에는 굶어죽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백성들을 몰아서 선(善)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백성들이 따르기가 쉬울 것입니다. 지금은 백성의 생업을 관장하되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며, 아래로는 처자를 기르기에 부족하며, 풍년에는 1년 내내 고생하고, 흉년에는 죽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직 죽음을 구제하기도 부족할까 우려 될 것이니, 어느 겨를에 예의를 실천할 것입니까. 이제 전하께서 왕도정치를 행하고자 하신다면 그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맹자가 선왕에게 왕도정치를 펼 수 있는 경세책(經世策)으로 설법하였던 ‘무항산무항심’, 즉 ‘일정한 생산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이 유명한 명제는 맹자의 핵심사상 중의 하나이다.
맹자가 주유열국에 나서서 첫 번째 방문국이었던 선왕에게 ‘무항산무항심’의 경세지략을 설명하였던 것을 시작으로 예순이 훨씬 넘은 나이로 고향인 추나라로 돌아 왔을 때 이웃나라인 소국 등()에서 문공(文公)이 맹자를 초빙하여 정치고문으로 삼고 맹자에게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까.’하고 물었을 때에도 맹자는 여전히 자신의 경세철학인 ‘무항산무항심’을 설법하는 것을 보면 ‘무항산무항심’의 경세지략은 맹자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철학임을 알 수 있다.
맹자의 ‘무항산무항심’의 경세책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백성들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음인 것이다.
2005-08-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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