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가정에 무심한 ‘회사인간’ 남편
수정 2005-02-23 08:02
입력 2005-02-23 00:00
-심수정(가명)-
아내들과 상담하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부부간의 대화법에 관한 것입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각기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직장일이라는 것은 일단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이 명백히 구분됩니다. 그러나 집안일이라는 것은 한 것은 별반 표가 나지 않으면서 조금만 게으르면 이내 표시가 나는 것입니다.
더욱이 수정씨와 같이 어린 사내아이를 둘씩이나 키우고 있을 경우에는 금방 치워놓고 돌아서면 금세 어질러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집안을 치우지도 않고 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남편이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정말로 섭섭한 마음이 크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고 결혼을 합니다. 결혼 전에는 상대가 그러한 꿈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저울질을 하면서 상대방에게는 여러 가지로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많은 부부들이 일단 결혼만 하고 나면 상대에 대한 배려나 외경심보다는 마치 상대를 소유하기라도 한 듯이 조심성이 없는 말과 행동을 쉽게 하면서 이러한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을 봅니다.
부부간에 서로 어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연애시절처럼 잘보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없어지면서 그냥 마음을 놓아버릴 때부터 부부간의 갈등은 싹이 트게 됩니다. 일단 갈등은 생기기 전에 다독거리지 않으면 아물어지기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생채기를 내서 크게 만드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관심인 것 같습니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오늘 하루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를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것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는 시작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가능한 한 즉시 풀어버리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발생된 문제를 그 자리에서 풀어버리지 않고 그냥 마음속에 묻어두는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우표수집 행위’라고 합니다. 우표수집 행위란 사소한 갈등이 생겼을 때마다 풀지 않고 마음속에 묻어두고 있다가 하나 둘 쌓인 갈등을 어느 한 순간 기회가 왔을 때 한꺼번에 꺼내서 비싼 값에 처분하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풀어낸 갈등으로 심한 경우에는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부부사이에서는 이러한 우표수집 행위를 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도와달라고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치사한 것 같아서 가슴에 묻어두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습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작은 시간이라도 내서 상대방이 하루종일 무슨 일을 하고 지냈는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수정씨가 아직 결혼 5년차이면 아직 남편과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그리 낯설어 할 만큼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의 변화가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어도 좋고 각기 하루의 일과 중에서 즐거웠던 일이나 고민스러웠던 일들은 기억해 두었다가 이야기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한 단순히 고민을 털어놓는데 그칠 것이 아니고 서로 상대방의 고충을 이해해 주고 격려해 줄 수 있도록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5-02-23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