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김병수(28·페어차일드 코리아 반도체) 이윤영(28·주부)
수정 2004-11-04 00:00
입력 2004-11-04 00:00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단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시간이 지날수록 ‘누나’는 단순한 친구라기보다는 제가 아껴주고 보호해 주어야 할 상대가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은 잠시 시간을 접어둬야만 했습니다.
조심스레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이 싹틀 무렵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대학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아내와 같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즐거웠던 추억들을 마음 속에 담아둔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죠. 결국 다른 학교에 입학한 저는 또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썼고 각자의 생활에 바쁜 관계로 그 뒤 2년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정신차려 보니 저는 입영열차 창문에 비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죠.
대부분의 예비역은 아시겠지만 군에 가면 정신없는 훈련 생활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의 짬이 나도 자기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는 기회를 자주 갖게 된답니다. 저도 제 아내와 1996년 봄에 함께했던 3개월 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당시 느꼈던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역한 직후 전 바로 제 아내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습니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의 연락처는 제 마음을 태웠죠. 결국 2년이 흐른 2002년이 되어서야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녀에게 프러포즈했고 2년 뒤 우리는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사랑을 은은한 국화향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오랜시간 신중하게 함께한 우리의 사랑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국화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축하해 주시고 예쁘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공간을 빌려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우선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김병수(28·페어차일드 코리아 반도체) 이윤영(28·주부)
2004-11-04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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