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권일모(32·하얏트 리젠시 인천 매니저) 고나영(25·잡지 ‘럭셔리(Luxury)’ 기자
수정 2004-11-04 00:00
입력 2004-11-04 00:00
출장 명령을 처음 받은 저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하나 그 와중에도 눈치 없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더군요. 그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그의 그림자를 찾아 고개를 기웃거렸고, 썰렁한 유머에도 박장대소를 하는 유치한 ‘오버 액션’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첫 만남치곤 꽤나 가까워질 수 있었답니다.
취재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밤 9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다음날 바로 출국을 해야 했기에 관광을 할 여유는 없었고, 잠깐이나마 홍콩의 밤거리를 느껴보자는 심사로 ‘침사추이’로 향했습니다. 사진 기자와 저, 한국인 조리장과 매니저(지금의 남자 친구죠)는 밤길을 거닐며 이국 문화를 만끽했고, 페닌슐라 호텔의 스카이라운지 ‘펠릭스’에서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죠(펠릭스의 야경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펠릭스에서 자리를 옮겨 캐주얼한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라이브 밴드의 파워풀한 음악, 자유롭게 몸을 흔들어대는 홍콩의 젊은이들…. 그 속에서 가볍게 칵테일을 마시기로 했죠. 그는 저에게 미국에서 인기있는 칵테일이라며 코스모폴리탄을 추천했습니다. 워낙 술을 못 마시는 데다 보드카가 제법 많이 들어갔는지 금방 취기가 오르더군요. 시끄러운 음악과 끊임없는 수다 속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시계는 벌써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비행기를 탓하며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기약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제가 그만 ‘휘청’거리고 말았습니다. 코스모폴리탄이 한 몫을 톡톡히 한 거죠. 제 남자친구는 저를 부축해 택시에 태웠고, 그 후로 걱정스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담긴 장문의 편지까지 보냈답니다.
우리의 만남이 지금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의 코스모폴리탄과 저의 ‘휘청거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은 분이 있다면, 대답은 노 코멘트입니다.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그와의 만남은 여전히 예쁜 사랑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는 27일 행복한 웨딩마치를 올리게 된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변함없이 사랑하는 부부가 될 수 있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축복해 주세요!
권일모(32·하얏트 리젠시 인천 매니저) 고나영(25·잡지 ‘럭셔리(Luxury)’ 기자
2004-11-04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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