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2004] 여섯 선·후배 신궁의 ‘아테네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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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8-23 02:43
입력 2004-08-23 00:00
|아테네 특별취재단|한국 남자 궁사들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가장 홀가분한 사람들은 앞서 금 2개를 딴 여자선수들이었다.남자선수들이 금을 캐지 못했다면 여자 선수들도 귀국길이 편하진 않았을 것이다.한국양궁이 금 4개 중에 3개를 석권한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여자양궁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6명이 조촐한 자축연을 가졌다.이들의 금만 모아도 모두 10개.솔직하고 담백한 그들의 ‘솔담토크’를 훔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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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경욱 서향순 김수녕. 위 왼쪽부…
왼쪽부터 김경욱 서향순 김수녕. 위 왼쪽부… 왼쪽부터 김경욱 서향순 김수녕. 위 왼쪽부터 박성현 이성진 윤미진.
아테네 올림픽특별취재단


이성진 언니들 저 정말 잘하지 않았어요? 개인전 4강에서 만난 타이완의 위안슈치는 반드시 꺾고 싶었어요.감히 (윤)미진 언니를 8강에서 누른 선수였거든요.사실 결승에서 (박)성현 언니를 이길 자신은 없었어요.

윤미진 성진아,내 ‘원수’를 갚아 줘서 고맙다.솔직히 내가 개인전에서 금메달 딴 것보다 성현이가 딴 게 더 좋아.만일 내가 땄더라면 성현이의 그 뛰어난 실력이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거든.참,나 아직 애인이 없거든.나는 스물 일곱 전에는 꼭 결혼할 거야.

박성현 미진이 네가 워낙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남자들이 지레 겁을 먹는지도 몰라.조금만 더 기다려봐.그건 그렇고 단체전 결승에서 내가 마지막 화살을 쏠 때 8점이면 패하고,9점이면 슛오프(연장전)에 들어가고,10점이면 금메달이었거든.마지막 화살은 아무 생각없이 보냈어.과녁도 쳐다보지 않았다고.그런데 옆에 있던 미진이가 웃고 있더라.그때 알았지.내가 10점을 쏘았다는 것을.

김경욱(96애틀랜타올림픽 2관왕) 아휴 귀여운 것들.정말 장하다.그런데 너희들 왜 불스아이(과녁 정가운데에 박힌 카메라를 맞히는 것)를 못했니?나는 애틀랜타 때 카메라를 두 번이나 깼지.사람들은 우리가 금 못따면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어디 쉬운 금메달이 있니.너희들이 우리의 신화를 이어가서 너무 좋아.

김수녕(88서울올림픽 2관왕) 사람들이 나 보고 ‘신궁’이라고 하는데 정작 너희들이 신궁이더라.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골드에) 쏙쏙 꽂히니.나는 요즘 콩나물·고등어 가격은 기가 막히게 맞히는데 과녁은 영 못 맞히겠어.



서향순(84LA올림픽 개인전 우승) 너희들 팬레터 받아 봤니?어제 성현이 개인 홈페이지 들어가니까 하루 클릭 수가 4만건이 넘더구먼.아무리 그래도 팬레터만큼 기쁘지는 않을걸.나는 금 딴 이후 수많은 편지를 받았다고.한국 양궁의 끊임없는 우승을 위해 건배.2차는 내가 쏜다.‘신궁’들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고,금메달의 기쁨은 밤늦도록 가시지 않았다.

window2@seoul.co.kr
2004-08-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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