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의 고구려사 왜곡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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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27 00:00
입력 2004-01-27 00:00
중국에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가 전해진다.위선적 우호선린(友好善隣)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말 역시 우호선린 관계의 지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이 자주 사용한 전통적 대외전략이다.이러한 대외관계의 특징은 현대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중국사회과학원이 주체가 된 ‘동북프로젝트(東北工程)’라는 국책사업이 진행되고 있다.이는 역사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의 뿌리인 고구려를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으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이다.중국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우호선린 관계의 또 다른 이면을 엿볼 수 있다.우호관계를 아무리 강조해도 선린관계로의 발전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인근에 위치한 여러 국가들이 경계하는 대상이다.베트남,인도,러시아,일본을 비롯해 지금은 중국에 속해 있는 티베트 역시 중국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다.인근 국가들이 갖고 있는 반감의 원인은 단지 국가간의 이해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중국의 국민성에서도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추악한 중국인(醜陋的中國人)’의 저자 바이양(柏楊)선생은 현대 중국의 국민성도 전통적 국민성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중국이 개방되고 외국기업의 대 중국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재도 중국인의 자기중심적이고 보수적인 국민성은 별로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이를 국가 규모로 확대시킨다면 자국중심주의가 될 것이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부터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 국가이며,중국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는 모두 중국역사”라는 억지주장을 펼쳐왔다.현재의 중국 영토를 잣대로 사용하는 궤변이다.나아가 주변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무시하는 중화(中華)주의적 세계관의 표출인 것이다.중국인의 민족성 가운데 또 한가지 위험한 것은 ‘집요함’이다.자신의 적에 대해서는 분묘라도 파헤치고,원한은 3대를 걸쳐서라도 반드시 갚는다는 섬뜩한 집요함이 있다.

5년 동안 연구비만 200억 위안(약 3조원)을 투입하는 ‘동북프로젝트’가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20년 이상 수백편의 논문을 통해서 고구려사가 중국사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계속해왔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이는 자신의 억지주장에 대해 더욱 정교한 이론적 틀을 갖춰가려는 작업으로 판단된다.나아가 한국의 고대사를 폄하함으로써 남북통일 이후 예상되는 국경·영토분쟁에 대비하고,최근 불거지는 ‘북간도 문제’를 제압하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기도 하다.

현안이 되고 있는 타이완문제,티베트문제와 동일한 선상에서 집요하게 고구려사를 연구하는 중국의 태도에 두려움을 느낀다.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의 정부나 학계는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국교과서를 분석하고 북한과의 공동대응,국제연대를 모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응방법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조선족 문제 하나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 마당에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비아냥이다.사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약한 자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강한 자에 대한 도전의 의지가 부족하다.

일본이 동방의작은 섬나라에서 멈추지 않고 세계적 강자로 부상한데는 지속적으로 강자에 도전하는 국민적 의지를 지녔기 때문이다.



일제가 실증사학이란 명분으로 한민족사를 축소·왜곡한 영향이 아직도 우리 학계에 남아 있다는 핑계는 본질적인 반성이 아니다.차제에 고구려사에 대한 논리적·실증적 연구를 펴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대사 연구진 양성 등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도 절실하다.아울러 강자에 대한 도전의지를 갖고 정부가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주기를 바란다.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 대만정부의 담력과 지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윤태 동덕여대교수 중국학
2004-01-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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