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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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21 00:00
입력 2004-01-21 00:00
더러는 ‘무단히 솔 베는 일을 잡도리한다.’며 송감(松監)이 온 마을을 뒤지기도 했으나,먹고 사는 일이 그렇게 다잡힐까.태워보면 그 생솔이라는 게 송진이 듬뿍 배어 여간 불땀이 좋은 게 아니었다.한번 불이 지펴지면 밥이든,쇠죽이든 금방 끓여냈고,그 일렁이는 불꽃에 가난의 시름을 함께 사르곤 했다.겨울밤,어른들 결린 삭신을 풀어주고,그 안에서 식솔들의 온갖 정담이 향기로운 연기로 피어올라 시린 밤을 뜨뜻하게 감싸던 군불.
이젠 농촌에서도 아궁이를 찾아보기 어렵지만,그래도 도회 사는 우리네 실향민들의 귀성이 삭정이처럼 마냥 쓸쓸해서야 쓰겠는가.올해는 고향을 찾거든 저물녘 마당 한쪽에 한뎃솥이라도 걸고 군불을 지펴보자.그리운 얼굴들 강아지처럼 껴안고 못다한 이야기 나누노라면 머리 위로는 잊고 살았던 별도 새로 돋을 터.
심재억 기자 jeshim@
2004-01-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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