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0인을 국회로”/‘맑은정치 여성네트워크’ 내일 후보명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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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1-07 00:00
입력 2004-01-07 00:00
유권자들 가운데 60%가 ‘자신의 지역구 현역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뽑겠다.’는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불과 15%만이 ‘현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결과를 보면서 이런 흐름이 새로 정계에 입문할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때마침 17대 국회에는 여성의원들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감을 더하고 있다.지난해 11월,여성의 힘으로 부패한 정치를 바꾸겠다고 발족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8일 오전,한국언론재단 대회의장에서 100인의 여성후보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기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다.“여성인재가 그리 많을까?”라거나,“괜찮은 여자들은 숨고,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만 감투써서 괜히 여자들 욕 듣게 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공공연히 “여자라고 해서 표를 줄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모두 개인적인 견해이니 뭐라 할 것도 없겠다.

●‘여자에게 더 엄격한 잣대' 바꿔야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왜 여성들은 남성 정치인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능력을 여성에게만 요구하는 것일까.이에 대해선 대부분 “여자가 잘못하면 여자들 욕먹으니까…”라고 얼버무린다.어렵게 주어진 기회를 개인적인 욕심이나 무능한 사람들로 인해 잃는 것이 마뜩지 않다는 것에는 공감한다.그러나 “남자야 어떻든,여자는 달라야 한다.”는 이중적인 잣대가 작용했다는 비난은 면치못할 것같다.물론 이를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로 여성들을 이간질하는 것은 옳지 않다.남성적 시각 속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로 오랜 가부장제의 잔재이기 때문에.

또 하나,여성계에 인물이 없다는 말에 대해서도 짚어보자.여성들이 훈련되지 않았다는 말 자체는 거짓이 아니다.그렇다고 사실로 인정하기엔 좀 문제가 있다.여성이 경력관리가 되지 않았거나,훈련되지 않은 것은 개인 여성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여성에게 기회를 차단해서이다.

얼마 전 지방에서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그는 각종 정부위원회의 여성 비율 40%를 목표로 하는 여성 정책에 현실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지방에는 능력있는 여성이 없어서…”

●낡은 정치판에 새바람 기대

이렇게 보면 이 시대 여성들은 ‘특혜’를 받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설령 여성들이 특혜를 받고있다 하더라도 이는 남성의 몫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지난 시대 여성들이 철저하게 빼앗겼던 기회를 후배 여성들이 대신 누리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여성학자들은 여성이 정치를 하면 더 투명한 세상이 된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는다.권력을 가지면 여성도 남성적 특성을 답습하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인의 여성이 국회로 가게 되면 이 세상이 어느 정도는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30%의 여성 의원이 국회에 진출해야 비로소 국회가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임계지수’를 놓고 봐도 100인의 여성에게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것 같다.

허남주기자
2004-01-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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