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신행정수도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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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18 00:00
입력 2003-12-18 00:00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의 밑그림이 될 입지선정기준과 도시기본구상안이 확정,공개된 바 있다.

후보지 선정기준은 지형적 여건과 사회·경제적 여건 및 환경적 여건 중심이고,후보지 비교·평가기준은 경제성,환경성,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이 주내용이다.이 기준안에 따라 벌써 유력 후보지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도시 기본구상안은 신행정수도의 골격이자 개발의 기본방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구상안에 따르면 신행정수도는 2030년까지 총 2291만평에 인구 50만명을 수용하는 친환경적이고 문화적인 도시로 건설되며,수도의 중심지구는 상징축을 조성해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행정기관과 상징조형물 및 기념관을 배치한다고 한다.또한 신행정수도는 전국 주요도시에서 2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는 충청권으로 결정하기로 했다.한걸음 더 나아가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행정수도의 미래상을 그린 기획물을 선보인 바 있다.‘미리 가본 신행정수도’에는 2013년 한 국회의원과 공무원이 쾌적한 환경속에서여유 있게 업무와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신행정수도의 장밋빛 미래상과 그 구체적인 계획안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오히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신행정수도건설 반대 움직임을 가시화시키는 단초만 제공했을 뿐이다.국회에 상정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도 난항을 거듭한 채 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를 따지고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정부내에서 신행정수도건설을 준비해온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지원단 및 산하 위원회들은 그간의 역할과 활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이들 기관들이 지금까지 제시한 자료와 홍보물은 그 내용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조잡하기까지 하다.신수도건설 논리의 수준은 지역학계와 시민단체가 한정된 여건속에서 연구·제시한 내용보다도 앞서지 못했다.또 관련 기관들의 활동범위도 충청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에 그쳐 있다.그 결과 신수도건설 반대논리를 극복하고 설득하는 데일단 실패했다.언제까지 뒷짐만 진 채 시민단체와 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지역간의 대립과 갈등을 지켜볼 것인가.따라서 현 신행정수도 관련 기관들의 전면개편과 그 구성원들의 발전적 재편을 촉구한다.

그리고 신행정수도건설의 접근방법과 전략도 잘못됐다.도시기본구상안을 다시 보면,신행정수도에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대비한 비전이 담겨있지 못하다.오직 후보지 선정에 급급해 있다.신수도의 개념이 30년을 내다보고 있기보다 현재의 도시 기준과 여건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미래의 도시는 인터넷에 세워질 것이다.우리는 21세기 한반도의 수도 그리고 세계와 네트워크화된 미래의 도시를 설계하고 건설해야 한다.한반도에서의 각 지역이 신수도에 도로와 철도로 쉽게 접근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신수도로 또 신수도가 세계로 상호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새로운 정착지는 고전적인 도시의 개념을 깡그리 뒤집어 엎고 지금까지 도시학자와 건축가들이 지배해온 담론을 재편성할 수준이어야 한다.인터넷과 디지털로 네트워크화된 도시에서는 도로,인도,하수로,토지구획 같은 전통적 문제뿐만 아니라 건물배열과 구조 그리고 지역 및 세계와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행정수도 구상과 계획 및 공청회과정에서 이 문제들을 논의할 세계적인 미래학자나 건축가들이 참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이래 가지고는 기대하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물론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정치권은 이 문제를 당리당략이나 내년 총선의 지렛대로 보지 말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형태로 특별법을 통과시킨 다음,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신행정수도 건설은 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육 동 일 충남대 사회과학대학장
2003-12-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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