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신랑감 고르기
기자
수정 2003-12-13 00:00
입력 2003-12-13 00:00
딸아이는 ‘누워서 떡먹기’ 같은 문제라며 고랑으로 들어섰다.초입에도 제법 괜찮은 옥수수가 많았지만 건성으로 지나쳤다.“남은 옥수수대가 엄청난데 서두를 필요 있나.” 중간쯤에선 이젠 골라야지 생각했지만,앞에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아 미적거렸다.후반부에선 조급증이 들었다.하지만 그냥 지나친 것들에 대한 미련이 고개를 들었다.“아까 게 더 나았는데….” 결국 고랑 끝까지 갔지만,바구니는 비었다.
미국의 한 인디언 부족이 처녀들에게 신랑감을 고르는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 고안해낸 학습법이다.최고만을 고집하다간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는 뜻이다.과거와 미래에 대한 미련과 기대를 버리고 그날그날의 행복에 감사하라는 가르침도 담겼다.나아가 사물의 절대적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메시지도 감지된다.
김인철 논설위원
2003-12-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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