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길거리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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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09 00:00
입력 2003-12-09 00:00
얼마전 친구들과 명동을 나갔다가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으로 사진 테스트까지 받은 아들 녀석의 ‘붕 떠있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적이 있다.부모님을 모시고 오란다고 하도 떼를 쓰기에 직접 기획사를 찾았다.결국 ‘지금은 모델 활동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상담 아닌 상담을 마지막으로 없었던 일로 묻어버렸다.아직 어리고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 주저앉힐 요량으로 찾은 기획사였지만,서울역 근처에 있는 제법 큰 규모여서 기분은 괜찮았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에 해당한다는데 나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게다.

그런데 괜한 부모욕심이 녀석의 앞길에 방해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수능성적 발표 이후 풀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고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부질없는 욕심은 아닌지,재능을 사장시키는 어리석음은 아닌지….생각들이 꼬리를 문다.이제야 나도 부모노릇으로 철드는 것일까.

그러나 숲 속으로 나있는 여러 길중에 녀석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올인 베팅’은 어느 한쪽에 거는것임을 어쩌랴.

양승현 논설위원
2003-12-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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