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라크 파병 결정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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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0-20 00:00
입력 2003-10-20 00:00
정부가 지난 주말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그동안 수렴한 여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국익과 한·미 관계,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정부로서는 파병 결정 지연에 따른 국론 분열과 혼란,한국에 대한 미국 조야의 비우호적인 분위기 확산,오늘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두루 감안해 ‘추가 파병’이라는 총론에 도달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지난달 4일 미국측이 한국군의 추가 파병을 요청한 뒤 정부가 ‘연내 결정’이라는 공식 언급 외에 어떠한 사전 시나리오도 부정했던 점에 비춰 보면 정부의 추가 파병 결정은 성급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노 대통령이 파병 판단의 기준으로 내세웠던 이라크 국민과 아랍권 인식,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정,파병시 위험도,국익,국내외 여론 등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시민단체나 정치권 일각에서 ‘미국이 제시한 시간표에 따라 파병 결정이 이뤄졌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파병부대의 성격과 규모,시기 등은 미국의 요청을 고려하되 여론과 현지 조사단의 조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우리는 파병부대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이라크와 아랍권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파병부대의 성격이 규정돼야 한다고 본다.이미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공병·의료부대인 서희·제마부대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병과를 보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정부는 지금부터 추가 파병에 따른 국론 분열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파병 결정의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파병이 득이 되느냐,실이 되느냐는 정부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2003-10-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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