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공계 활성화에 아낌없는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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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24 00:00
입력 2003-09-24 00:00
지난 16일 마감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응시원서 접수 결과 자연계열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자연계열 응시자 비율이 지난해 30.30%에서 올해 31.34%로 1.04%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그러나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2004학년도 입시에서,대다수 대학이 계열간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거나 동일계열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썼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르게 요즘의 학생들은 자신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사회적 처우를 우선시한다.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조사하면 대부분 적성보다는 의사·변호사·금융전문가 등 사회적 인지도가 높고 안정된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물론 사회적 보장이 높은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어찌 보면 노력한 만큼 충분한 대우를 받기 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학력수준도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자연계의 경우 신입생의 수능성적 백분율이 1994년에는 18.93%였으나 98년에는 26.87%,2001년에는 31.84%로 크게 떨어졌다.서울대 공대의 경우 98년에는 전체 백분율 0.16%에 든 학생이 입학했으나 2001년에는 0.28%로 크게 하락했으며 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그에 비하여 인문계열 인기학과인 법대의 경우 신입생 성적 백분율은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갈수록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외면하는 까닭은 낮은 사회적 처우 때문이다.이공계 출신 대졸 초임이 금융계 대졸 초임에 비해 평균 30%가 낮고,국립대 자연대 교수의 연봉이 의사 수입의 20%에 지나지 않으며,이공계 출신 고급 공무원의 비율이 고작 9%에 불과한 현실에서 학생들이 어렵게 공부하고도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출세의 길이 막힌 이공계를 선택할 리는 없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7월초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과학기술에있음을 간파하고 기술직 우대방침을 천명했다.이에 따라 정부도 2008년까지 4급이상 공무원의 기술직 비율을 30%로 늘리고,관계 법령을 고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기술고시와 행정고시를 통합하는 등 다각도로 이공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이공계 출신의 고위직 진출 확대 방안은 환영받아 마땅하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자·기술자가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한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비를 정부 예산의 7%까지 높이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또 참여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위상 제고를 위하여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에 이어 과학부총리제의 도입과 이공계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위하여 청와대 안에 과학기술육성과 관련된 태스크포스팀의 상설 운영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지식강국의 건설은 이공계의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밖에 믿고 의지할 분야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사기가 땅에 떨어진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획기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2003-09-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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