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항 20년 無파업 국내에 비결 전수합니다”/‘물류전문 연수 프로 기획’ 네덜란드 ATI로지스틱스 곽찬순 사장
수정 2003-09-22 00:00
입력 2003-09-22 00:00
1982년 11월 네덜란드의 노·사·정 대타협(바세나르 협약)이 있은 뒤 로테르담 항에서 지난 20년간 파업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것도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노사문화 덕분이라고 곽 사장은 강조했다.
안정된 노동시장의 바탕 위에 ▲완벽하게 구축된 사회간접자본과 물류시스템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정부기관들의 적극적인 마케팅활동 ▲미래를 위한 재투자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로테르담 항은 세계적으로 경쟁력과 우월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테르담 항은 2차대전 중 독일군의 폭격(1945년 5월10일)으로 시청사 한 곳만 빼고 모두 잿더미가 됐던 곳이다.전후 네덜란드 정부는 마셜플랜의 원조를 받아 로테르담 항의 재건에 착수,25년 만에 연간 3억 2000만t의 화물을 취급하는 세계 최고의 항구로 만들었다.배후 소비시장인 유럽대륙과의 내륙연계 운송수단이 발달돼 있다.내륙수로,철도,육로,파이프라인 등 소비자가 원하는 운송수단을 통해 유럽 어디든지 갈 수 있다.워낙 물동량이 많기 때문에 물류비용은 유럽에서 가장 싸다.
“2차대전 후 피폐한 산업을 다시 세우기 위해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것 중의 하나가 로테르담의 물류기지화 정책이었습니다.척박한 환경 속에서 장기전략과 계획된 투자를 통해 세계물류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로테르담 항의 축적된 노하우를 우리도 배워야 합니다.”
폐허에서 세계 제 1의 항으로 발전하기까지 지난 세월 동안 로테르담 항과 네덜란드에서 어떤 정책이 있었으며,어떤 시행착오가 있었고,노조와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이를 한국적인 환경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가 곽 사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의 일환으로 그는 해운운송 분야에서 가장 크고 전문화된 교육기관인 로테르담 해운운송대학(STCR)과 공동으로 국내 물류전문가를 위한 연수프로그램도 기획했다.지난 6월 1회 연수에 이어 오는 9월28일부터 10월4일까지 2차 연수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네덜란드의 항만 및 물류정책을 배우기 위해 지자체와 중앙 부처의 공무원 등 많은 연수단이 로테르담을 찾지만 문화와 현지 정보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무엇인가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고,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업이 그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9년간 유럽 현지에서의 물류사업을 통해 쌓은 전문지식과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로테르담 항의 성공요인을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현지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하고 로테르담 항의 경영구조, 항만경쟁과 물류기지 전략,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시스템 및 내륙 연계 운송,해운환경과 안전에 대한 정부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강의를 구성했다.
그는 “현재 세계의 물류시장은 단순히 수화물을 옮기는 것에서 벗어나 항만에서 조립,포장,수리까지 하는 부가가치 물류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물류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면서 “반도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50년간 후손들이 먹고 살려면 물류중심국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곽 사장은 “한국이 홍콩,고베,가오슝,선전 등 아시아의 강력한 항구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하루 빨리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라는 국가비전이 제시된 이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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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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