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불렀을까/40대 ‘아차산 가봐라’ 환청 현장 가보니 50대 주부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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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9-08 00:00
입력 2003-09-08 00:00
“시체를 발견하고 꼭 무엇에 홀린 기분이었습니다.”지난 3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아차산 중턱에서 중랑경찰서 강력5반 소속 안영수 형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2년 전 강도짓을 자수하겠다며 경찰서에 찾아온 황모(42)씨의 말대로 여자 시체 한 구가 발견됐기 때문.

황씨는 지난 2001년 2월 중랑구 면목동 역술원에서 2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이후 생활고에 계속 시달리다 차라리 감옥에 가면 굶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수했다고 말했다.황씨는 이어 안 형사에게 “아차산에 시체가 있다.”고 불쑥 말했다.



안 형사는 선뜻 믿을 수 없었지만,‘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현장을 찾았고,지난 5월 가출한 주부 양모(50)씨의 부패한 시체를 찾았다.카드빚에 시달린 양씨는 아버지 산소 옆에서 농약을 마신 채 자살한 상태였다.안 형사의 추궁에 황씨는 “양씨의 죽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다만 며칠 전부터 ‘아차산으로 가라.’는 환청이 계속 들렸다.”고 진술을 했다.환청을 따라 아차산 주변을 정신없이 내달리다 보니 어느새 모 초등학교 뒤편 2m높이의 ‘입산금지’ 철조망 너머 시체 옆에 도착해 있었다는 것이다. 안 형사는 “뒤늦게라도 따뜻한 곳에 묻히고 싶은 양씨의 영혼이 황씨를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담당 검사도 “황씨의 ‘신기’ 덕분에 묻혀질 뻔한 죽음이 밝혀졌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2003-09-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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