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폐기장 반대 학생 볼모 안돼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09-04 00:00
입력 2003-09-04 00:00
핵폐기장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전북 부안의 초·중학생들이 학교 대신 이번엔 국회를 찾았다.이른 아침 버스에 올랐던 학생들은 밤 늦게서야 지칠 대로 지쳐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2학기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해야 할 학생들이 핵폐기장 다툼의 ‘새우’가 되어 열흘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지역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걸핏하면 자녀의 학교 등교를 막아온 방법이 동원된 것이다.문제는 이번 부안의 등교 거부 사태는 대규모인데다가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내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느냐.’는 부안 주민들의 주장에 할 말이 많지는 않다.반대 주장의 옥타브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자녀의 학교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하는 것이 바로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닌가.다음 세대를 위한다면서 다음 세대를 수단으로 삼아서야 되겠는가.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길거리를 헤매며 받게되는 정신적 충격을 헤아려 보라.벌써 열흘 넘게 생긴 그들의 수업 손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자녀의 교육 포기는 곧 미래의 포기일 것이다.

정부 당국도 한심하다.한 군 지역에서 열흘이나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교육 부총리가 학부모에게 등교를 당부만 해서 될 일인가.산업자원부를 비롯,관계 부처가 혹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핵폐기장을 어딘가에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성도 있다.그러나 위도의 핵폐기장 유치 과정이나 그 뒤의 뒷정리 행정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도 넘쳐난다.국가 사회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으면 나라 살림을 맡은 정부 당국의 몫일 것이다.부안의 등교 거부 사태가 서둘러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03-09-04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