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대까지 교수 짜고 뽑다니
수정 2003-07-17 00:00
입력 2003-07-17 00:00
국립 대학이 교수를 엉터리로 선정한 내막은 요지경이다.발표되지도 않은 논문을 연구 실적으로 인정했는가 하면 지난해 부적격 논문이 올해엔 합격으로 둔갑하기도 했다.학위 논문을 연구 실적으로 재탕했지만 버젓이 심사를 통과했고 석사 학위도 얻지 못한 사람을 교수로 합격시켰다가 뒤늦게 번복하는 촌극도 벌였다고 한다.교수 채용 공고는 장식품이었던 셈이다.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회 정의를 외치면서 내부에선 협잡을 서슴지 않았다는 게 가증스럽기만 하다.
‘교수 비리’는 이번에도 확인됐지만 뒤틀린 학벌 의식으로 귀결된다.임용 후보자의 논문 지도 교수나 출신 대학 선배가 심사 위원이니 뭘 더 짜고 말 것이 있겠는가.교수들의 학자적 양심이 실종된 상황이고 보면 제도로 강제할 수밖에 없다.당장은 교수 채용 심사 위원에 타 대학 출신이 포함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근본적으로는 학벌 타파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교육 여건이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교수진마저 엉터리로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대학이 붕괴하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03-07-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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