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상군은 고대중국의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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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7-16 00:00
입력 2003-07-16 00:00
지전(智典) 렁청진 편저 /장연 역 김영사 펴냄

수백·수천년 해묵은 역사 속으로 새삼 눈길을 돌려 당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들여다보는 의미.그것은 시행착오 속에서 진리를 건져올린 실존인물들의 삶을 통해 섬광같은 혜안을 뜨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중국인민대학 중문학과 교수이자 중국 전통문화연구가인 렁청진(冷成金·41)이 엮은 ‘지전’(智典·장연 역,김영사 펴냄)은 그런 즐거움을 주는 난세의 지혜의 보고(寶庫)다.책의 텍스트는 ‘사기’‘춘추’‘한비자’‘손자병법’‘논어’‘장자’‘회남자’ 등 동양의 고전들.이들 고전에서 난세영웅들의 빛나는 지혜와 지모(智謀)를 추려낸 이야기가 줄잡아 100여편.그가운데는 ‘합종연횡’의 고사성어를 낳은 전국시대의 책사 장의와 소진처럼 익히 알려진 인물이 있는가 하면,고전의 어느 귀퉁이에서 덜어냈다 싶게 낯선 이야기도 많다.

책이 초점을 맞춘 시간적 공간은 춘추전국시대다.노자·공자·장자·묵자·맹자 등의 이름난 사상가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의 국면을 이룬 그 시대야말로 곧 ‘도(道)’와 ‘술(術)’을 근간으로 한 지혜의 틀이 만들어진 시기라는 게 책에서 부여된 의미다.

사상의 출발과 귀결점을 모두 정치에 둘 정도로 정치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시대.책은 ‘인덕’과 ‘정치’의 관계부터 더듬는다.정치적 야욕을 위해 어머니와 동생을 사지에 몰아넣은 춘추시대 정장공(鄭莊公)의 일화를 들추며,그를 허위와 술수로 성공한 중국역사 최초의 인물이라고 꼽는다.단순히 지은이의 견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해설 중간중간에 공자의 ‘춘추’가 인용되기도 하는 식이다.

고전의 지혜를 음미하는 과정에서는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서사의 즐거움도 덤으로 챙길 수가 있다.예컨대 현명한 치자(治者)의 덕목을 소개한 ‘제나라 추기의 깨달음’편.제나라 재상 추기가 자신의 외모를 과대평가하는 아내와 첩,손님의 얄팍한 심리를 읽어내고 제위왕에게 나아가 신민(臣民)의 진실한 직언에 귀기울이라고 충언한 일화 등은 한줄기 교훈에 앞서 부담없이 유쾌한 글읽기의 재미를 안겨준다.최초로 나라를 망친 여인으로 중국역사에 기록된 상나라의 소달기,인재등용의 전범으로 꼽히는 맹상군,소자본으로 왕조를 사들인 대상인(大商人) 여불위 이야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문화를 ‘책략형’이라고 정의한 지은이는 주로 치인(治人)의 도(道)를 웅변하는 내용으로 책을 메웠다.단단히 마음먹지 않고서는 도전하기 어려울 방대한 고전들에서 핵심대목만 추려낸 친절함만 해도 성미급한 독자들에겐 미덕이 될 것이다.744쪽.2만 4900원.

황수정기자 sjh@
2003-07-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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