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상회담 대가 1억달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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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6-26 00:00
입력 2003-06-26 00:00
송두환 특별검사가 발표한 대북송금 최종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1억달러를 주었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다.“북한으로 보낸 돈은 현대와 북한의 경협 대가”라는 김대중 정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이 났다.

문제의 1억달러를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대에 떠넘긴 행위도 혀를 차게 한다.정부가 민간에 덤터기를 씌운 셈이기 때문이다.최소한의 권위와 정체성마저 팽개친 것과 다름없다.그러다 보니 탈법이 탈법을 부르는 행태가 이어졌다.권력핵심은 현대계열사에 금융지원이 이뤄지도록 압력을 넣었다.국정원은 법에 어긋난 방법으로 대북송금을 도왔다.현대는 송금 사실을 숨기려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수사 결과 드러난 진상은 어찌 보면 참담하다.모두를 흥분시킨 남북정상회담의 한쪽에 이처럼 음습한 구석이 있었다는 사실이 곤혹스럽다.하지만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남북정상회담은 경위야 어찌됐든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다.이산가족의 잇따른 만남 등 크나 큰 성과도 거뒀다.그런데도 비정상적인 ‘뒷거래’가 있었다 해서 정상회담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국익에도 어긋나고,자칫 자기비하만 될 수도 있다.이 점에서 김대중 정부가 일련의 과정에서 보다 투명하고 솔직하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특검 활동은 끝났지만 몇 가지 미진한 대목이 있다.무엇보다 현대가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150억원 수수의혹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다.현대의 분식회계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이다.한나라당은 어제 새로 특검을 도입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이번 특검의 성과로 미루어 그럴 만도 하다고 본다.하지만 계속 특검만 고집하면 검찰의 위상은 어떻게 되겠는가.검찰 스스로 적극성을 보였으면 한다.150억원 건으로 고소사건이 접수돼 있는 만큼 특검 논의에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주문한다.
2003-0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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