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경찰 맞아? / 살인사건 수사 답보에 고육지책 피살자 동료가 찾은 역술가 말 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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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6-23 00:00
입력 2003-06-23 00:00
경찰이 또 사건 해결에 도움을 얻으려고 ‘점(占)’에 의존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동 S아파트에서 발생한 통계청 공무원 김모(45·여)씨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서초경찰서는 한달이 넘도록 살인사건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자 피살자의 회사 동료에게 역술가의 말을 녹음하라고 넌지시 의뢰했다.경찰은 피살자의 동료가 녹음한 테이프를 직접 받아와 녹취록까지 작성했다.

경찰은 최근 김씨의 직장 동료 김모(55·여)씨로부터 “용한 역술가가 있는데 상담을 해보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자 “역술가의 말을 녹음하면 좋겠다.”며 김씨에게 상담받는 척하며 역술가의 말을 모두 녹음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김씨는 지난주 모 역술원에 찾아가 “직장 동료가 지난달 22일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점을 봐달라고 요구해 역술가의 말을 모두 녹음했다.경찰은 직접 김씨로부터 녹음 테이프를 받아와 녹취 대행 사무실에 의뢰,지난 18일 녹취록을 작성하고 수사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역술가는 “그 여자는교묘한 방법으로 살해당했고,죽고난 뒤 거액이 왔다갔다 할 것”이라서 “현장에서 없어진 물건을 찾아 지문을 채취하면 결정적 단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역술가가 “범인을 잡지 못할 것” “주변인물을 추궁하라.”는 등의 말을 되풀이하자 김씨는 “죽은 김씨의 귀신을 불러내 범인을 찾아내자.”고 부탁하기도 했다.경찰 관계자는 “오죽 답답했으면 점집까지 찾았겠느냐.”면서 “얼마전 삼전동 살인사건을 수사중인 수서서 경찰관들이 직접 점집을 찾은 사실이 밝혀져 비난받는 것을 보고,제3자로 하여금 녹음토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영표 나길회기자 tomcat@
2003-06-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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