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뜻이지?… 盧화법 참모도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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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6-23 00:00
입력 2003-06-23 00:00
“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은 참모들도 헷갈린다.”

청와대 핵심 비서관은 이렇게 말하며 몇가지 사례를 들었다.노 대통령은 노사문제와 관련해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지만 법과 원칙을 훼손할 때는 엄정하게 대처하라.”고,새만금사업과 관련해 “개발은 하되 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해왔다.

●“개발하되 환경 살린다” 속뜻 아리송

노 대통령이 대립적인 구도인 A와 B를 함께 실천하겠다고 해,도대체 어느 쪽으로 무게를 실어 정책집행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것이다.새만금의 경우 환경단체와 전북은 노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대통령이 우리쪽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며 서로 주장,제3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부산선물거래소 혼선에도 불씨 제공

노 대통령의 이같은 화법의 ‘희생자’ 명단에 청와대 내 선비로 불리는 이정우 정책실장이 올랐다.이 실장은 최근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선물거래소의 이관을 정책실에서 재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파문이 일자 대변인실과 정책실에서는 “이 실장이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발단은 노 대통령이 지난 5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부산에서 선물거래소 내려보내라고 하지만 부산은 인프라가 안된다.도박하는 사람들과 국제금융을 잘 아는 사람들이 서울,여기서 돌고 있다.서울은 금융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대목에서 시작됐다.윤태영 대변인은 즉각 “동북아 금융센터를 강조하기 위한 말이지,부산선물거래소를 내려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그것이 이 실장에게까지 전달되지는 못했다.이 실장은 ‘노 대통령의 숨은 뜻이 그렇다면…’하고 정책실을 중심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던 것으로 관측된다.

●“조흥銀 원점서 재검토”로 파업 빌미

타결이 되긴 했으나 ‘독자생존’을 내건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도 노 대통령의 ‘화법’이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당선자 시절 노 대통령은 조흥은행 노조와 직접 만나 “제3자 실사를 통해 매각이냐 독자생존이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약속했다.그 약속에 대해청와대측에서는 “이미 3차례나 실사했고,원점에서 재검토해서 매각을 결정했다.”며 모든 절차를 다 거쳤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조흥은행 노조는 ‘재검토’에 무게를 싣고 독자생존을 주장했던 것 같다.청와대 참모들이 “사회적 약자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노조에게 이용당했다.”고 씁쓰레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소영기자 symun@
2003-06-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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