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대구참사 빨리 수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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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5-28 00:00
입력 2003-05-28 00:00
시간이 흐른 만큼 변화도 적지 않다.‘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검은색 현수막이 걷히고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홍보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대구가 끔찍했던 악몽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이제 그날의 참사를 이야기하는 시민들도 드물다.
그러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구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졸지에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이야 10년이 지나도 치유될 수 있겠는가.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 시민회관에는 아직 유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고 희생자 합동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게 대구참사 100일의 현주소다.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중앙로역사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채 참사 당시의 참혹한 모습 그대로다.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던 불량 내장재로 이뤄진 대구지하철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시민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대구시의 사고수습 마무리도 더디기만 한 느낌이다.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을 둘러싼 희생자대책위와 대구시의줄다리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희생자대책위는 대구대공원 등에 희생자 공동묘역 등 추모공원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구시는 법적으로나 주민정서상 도심지나 공원에 추모묘역 조성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사고전동차 등에서 어렵사리 수습한 희생자 시신 191구 가운데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은 6구를 제외한 185구 중 122구가 가족들에게 인도돼 개별 장례를 치렀다.그러나 63구는 아직 누울 곳을 찾지 못한 채 월배차량기지에 냉동 보관돼 있다.이대로 가면 대구 참사는 언제 마무리가 될지 모를 상황이다.지구촌 젊은 대학생들의 축제인 대구유니버시아드가 코앞에 다가왔다.전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대구 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참사는 영원히 기억하되 사고 수습은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황경근 전국부기자 kkhwang@
2003-05-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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