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회 31일 학술대회 / “한국 인문학 위기는 잘못된 업적평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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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5-26 00:00
입력 2003-05-26 00:00
인문학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고 있는 가운데 그 ‘위기의 핵’은 바로 연구업적 평가의 모순이라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높게 일고 있다.

독창적인 학문적 주장을 위해 지난한 산통을 겪은,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업적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인문학 연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어국문학회(이사장 서대석 서울대 교수)가 오는 31일 ‘국어국문학 연구업적 평가의 제문제’를 주제로 동국대 중강당에서 마련하는 학술대회에서는 이같은 평가기준에 대한 학자들의 집중적인 성토가 있을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美 자연과학 평가모델 그대로 적용

미리 배포된 발제를 볼 때 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바로 연구업적 평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다.

대표적인 논문 발표의 창구인 학술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이미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의해서 제시되었고,각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수업적평가에서도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 기준을정해놓고 있다.

또한 신규 교원임용시에도 각 대학마다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항목을 배점과 함께 책정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제각각의 연구업적 평가 모델들의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데에 있다.

특히 인문학 분야는 자연과학 분야와는 그 학문 담론을 달리하기 때문에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야 하지만 개별 학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과학의 업적 평가 모델을 그대로 도용함으로써 효과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동일 서울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연구업적 평가는,미국의 과학정보기구(ISI)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인 과학인용색인(SCI)을 따라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하고 있는 학술지 등재를 척도로 삼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인용 빈도수를 취급 잡지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며 “잘못된 제도 때문에 본말전도의 기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문학 특성살린 새로운 잣대 필요

조 교수는 “ISI에서 취급하는 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1등급,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2등급,등재후보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3등급,그밖의 것들은 등외로 치며 논문을 국내의 학술지에만 발표하는 분야는 등급이 가장 낮은데 이 기준에서 보면 국어국문학이나 국사학은 등급이 가장 낮은 분야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흥규 고려대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의 평가 모델이나 학문적 기초 작업을 외국에 위임한 관행을 기준으로 국어국문학 등의 한국학 연구를 평가하는 현재의 방식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며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학 및 국학 연구의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고,건강한 학문적 기초를 확충해 나아가는 데 긴요한 기초 연구에 정당한 평가가 부여되도록 하는 제도의 일대 전환”이라고 말했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도 ““자국의 학술지를 국제적 수준으로 격상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이공계쪽의 ‘신판 사대주의’가 한국의 인문계까지 석권하는 지경에 이르렀고,특히 종가를 자처하는 한국학 분야의 한국교수들은 속수무책”이라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김성호기자 kimus@
2003-05-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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