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 ‘北核과 주변국 역할’ 英 IISS 피니크박사 인터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05-17 00:00
입력 2003-05-17 00:00
영국의 세계적 국제문제 연구기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 캐스린 피니크(39)박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핵과 주한미군 등 현안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을 봉합하고 공조체제를 확고히 하는 출발점이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피니크 박사는 16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북한의 고립이 심화돼 자칫 한반도의 위협이 고조될 수 있고,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 강경책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러시아 외교안보 전문가인 피니크 박사는 북핵 위기를 해결하는데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들의 중재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사할린 가스전 개발 등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강화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이라크에 쏠렸던 미국의 관심이 북한핵 등 다른 국제안보 현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의 접근법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국무부는국제안보 위협을 줄인다는 분명한 목표를 위해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공동성명 내용만으로는 미국의 대북정책 전략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한국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덧붙이고 싶은 것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지만 대외정책 입안자들과 미국내 여론지도층에서는 우방들과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북한핵과 관련,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이며 중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변 이해당사국들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위협이 커지면 추가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는데,어떤 의미로 볼 수 있나.

-추가조치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군사행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북핵위기가 고조된 뒤 한반도 주변에 전진 배치된 항공모함 등 미 해군의 증강 내지 한반도 지상군을 재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미국은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나가겠지만 개인적으로 대북 경제제재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대신 러시아·중국 등 중재자를 통해 외교·정치적채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부시행정부의 선제공격정책에 따른 다음 대상은 어디가 될 것으로 보나.

-현재로서는 미국이 다음 공격 대상을 확정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미국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이라크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내 여론이나 정치적 지도자들 모두가 준비돼 있지 않다.

북한의 예상되는 반응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은 더욱 고립감을 느낄 것이다.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이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게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다.북한은 향후 미국과 한국정부의 움직임을 봐가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의 반응에 향후 한반도 상황이 상당 부분 달려있다고 본다.북한이 일련의 상황변화를 위협으로 보고 대응강도를 높인다면 미국은 이를 추가 위협으로 간주,군사 대응을 포함해 고강도 대책을 택할 수 있다.부시 행정부는 군사력이 위기를 해소하는 중요하고도 긴요한 수단으로 믿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자틀이 현재의 3자회담에서 확대될 경우 러시아의 역할은.

-러시아는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에 관심이 많다.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해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한다.이는 옛소련 시절의 동맹관계를 재구축한다는 의미보다 미국을 지원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둘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역할을 확대하고 싶어한다.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중시하며,북한과의 유대 강화는 좋은 연결고리가 된다.마지막으로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의 안보차원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군사·경제적 영향력이 준 건 사실이지만 공고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북한과의 무역관계를 재구축하고,전문가와 학자 등 인적교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이런 측면에서 사할린 가스전 개발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경수로 건설 지원 대신 사할린의 가스를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같은 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사할린 가스개발은 대규모 개발사업인 데다 정치적·지정학적으로 매우 복잡하다.전문가들은 가스전을 개발하는데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특히 가스개발에 대한 권한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힘겨루기 양상이 빚어지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이 많다.

김균미기자 kmkim@
2003-05-17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