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한달 앞도 못보는 교육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3-05-09 00:00
입력 2003-05-09 00:00
“교육현장의 위기상황에 대해 교육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힘겨루기만 하는 교원단체들이나 이쪽저쪽 눈치만 보는 교육당국이 한심합니다.” 최근 만난 몇몇 교사와 학부모들은 대체로 이런 말들을 했다.이들은 “교단 갈등이 하루이틀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서승목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 문제 등으로 비롯된 교육현장의 갈등이 혼란스럽다.당장 11일 전국교장단이 서울시청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고,16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연가투쟁 찬반투표가 예정되어 있다.아직까지 교장단이 집단행동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고,전교조도 후퇴할 기미가 없다.교육당국만 몸이 달아 동분서주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교단의 갈등은 교장 자살사건이나 NEIS 문제가 그 근본원인이 아니다.그동안 켜켜이 쌓인 교원단체들간 불신과 반목에 이 사건들이 불을 지핀 것이다.교장 자살사건이 터지자 교장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교조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입장이 곤란해진 전교조는 NEIS에 초점을 맞춰 교육부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지금 전교조는 정부를,교장단은 전교조를,교총과 학부모단체는 전교조를 물고늘어지는 얽히고설킨 형국이다.

교단의 갈등은 교원단체들간의 불신과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교육당국이다.그런데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면 교육당국이 문제해결의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앞서 평범한 어느 교사의 말처럼 교육당국의 소신이나 철학이 없다는 얘기다.

교장 자살사건 경우,교육부는 진상을 규명하고 수습했다기보다는 교장단과 전교조,학부모간의 갈등을 방관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만 있다.‘반미수업’문제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하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시도교육청에 실태파악을 지시했다가 노 대통령이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입장을 밝히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교육부가 일부 반미수업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음에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없었던 일로 넘겨버린 것이다.

NEIS 문제도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취임전 “시행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 전교조의 편을 들었다가 취임후에는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꿔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교육부는 이제 NEIS 문제를 국가인권위에 미뤄버렸다.교육부가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책임을 미룬 것은 당국으로서의 권위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찌됐건 국가인권위는 12일 NEIS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된다.인권위의 결정이 현상황대로 NEIS의 시행으로 결론이 날 경우 전교조의 반발과 연가투쟁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반대라면 교육당국이 지금껏 추진해왔던 정책은 후퇴하고 만다.어떤 경우라도 그 피해자는 교육부도 아니고,전교조도 아니며 결국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덮어쓸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교단갈등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교육부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교육자치제가 된 이래 교원의 인사권이나 징계권이 모두 시·도교육감에게 위임돼 있기 때문에 교육부로서 한계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교육당국이 교단위기에 대해 ‘5년 대계’는커녕 ‘한달 대계’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김 경 홍 사회교육부장
2003-05-09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