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손님에 ‘쌀쌀’
수정 2003-05-09 00:00
입력 2003-05-09 00:00
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 주요 언론에 정부와 한국 기업들이 4억원짜리 광고를 냈지만 노 대통령에 보내는 의심쩍은 눈초리는 가시지 않은 듯하다.미 의회조사국(CRS)은 노 대통령이 반미 정서에 편승해 당선됐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적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일정만 보더라도 ‘혈맹’이니 ‘우방’이니 하는 기류는 잘 읽혀지지 않는다.양국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그러나 이번에는 공동성명으로만 대체키로 했다.회담이 저녁에 시작,바로 만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양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그보다는 현재 한·미관계가 언론의 질문공세조차 견디기 어려울 만큼 돈독치 않다는 얘기다.기자회견을 하면 대북 군사행동이나 반미정서,주한미군 철수 등 민감한 문제들이 거론될 것이고 자칫 정상들의 ‘솔직한 답변’이 한·미관계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가 강력히 밀어붙인 노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도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휴회중이어서 의원들을 소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의회측 설명이지만 북핵 문제 등 노무현 정권의 스탠스에 미 의회가 거부감을 나타내 정책연설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란 분석이다.대신 상하원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회담 장소도 다른 정상들과는 대조된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는 23일 텍사스 크로퍼드의 부시대통령 목장에서 회담을 갖기로 됐다.당초 메릴랜드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갖기로 돼 있었는데 부시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더 ‘격상’됐다는 전언이다.앞서 하워드 호주 총리와도 텍사스 목장에서 회담을 가졌다.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저녁 회담에 이어 만찬을 갖는 게 전부다.
회담 장소가 양국의 동맹관계를 가늠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은 친소관계에 따라 회담장소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등 ‘코드’가 맞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상들과는 초면이라도 자신의 텍사스 목장으로 초대한다.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한 경우에는 평일에도 대통령 별장에서 하루를 같이 보낸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노 대통령을 맞는 워싱턴의 기류는 아직 차가운 편이다.
mip@
2003-05-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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