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안보리 넘길 때 아니다
수정 2003-05-02 00:00
입력 2003-05-02 00:00
북핵의 안보리 상정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3자회담의 틀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판을 벌이는 것은 역작용만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안보리에 상정되면 대북경제제재도 논의할 터인데,북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대북경제제재의 현실화다.북측은 오래전부터 안보리의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해 자위권 발동을 경고해 왔었다.‘비상조치’발언도 안보리 상정을 얼마나 예민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미측이 안보리 상정을 추진하기보다는 북측 ‘제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북측 제의에 대한 평가작업을 빨리 마무리해 2차 3자회담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이 순리이다.북핵은 당분간 3자 회담의 틀에서 밀도 있게 논의하는 게 실속이 있을 것이다.지난달 9일 안보리에서 북핵 문제가 상정됐을 때도 물밑 협상분위기를 감안해 조치 없이 넘어간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핵의 안보리 상정은 북측의 말대로 한 단계 높은 새 강경책들을 부를 것이 뻔하다.그렇게 되면 3자회담은 물 건너 가고 파국 시나리오로 갈 수밖에 없다.북핵 해결의 최대 중재자로 나선 중국측도 안보리 상정은 지금으로선 반대할 것이 틀림없다.미측은 현실적으로 결과 도출이 쉽지 않은 안보리 상정을 들먹이지 말고 강경파의 목소리를 잠재워 협상 분위기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후속 3자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003-05-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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