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47분 뼈아픈 실축/한국축구대표, 日에 0-1 분패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3-04-17 00:00
입력 2003-04-17 00:00
종료 직전 일본의 교체멤버 나가이 유이치로가 한국 문전 왼쪽을 뚫고 들어왔다.당황한 한국의 조병국이 순간적으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발을 내밀었다.하지만 조병국이 걷어낸 공은 나가이의 오른발에 맞은 뒤 포물선을 그리며 한국 골문 왼쪽 구석에 꽂혔다.

이미 2분여의 인저리 타임도 끝난 시점.골문 앞에 누운 조병국의 큰 몸집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누군가 서둘러 공을 하프라인으로 갖고 뛰어갔지만 남은 시간이 없었다.홈에서 당한 패배는 너무도 뼈아팠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6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6만여 관중이 열광한 가운데 벌어진 일본과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막판 단 한번의 실수로 0-1의 패배를 당했다.지난달 29일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데뷔전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긴 한국은 이로써 역대 일본전에서 11패째(37승17무)를 기록했다.한국이 일본에 패한 것은 지난 98년 3월 다이너스티컵(1-2) 이후 5경기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뒤 트루시에 감독을 퇴진시키고 안투네스 지코로 사령탑을 바꾼 일본은 한국의 안방에서 기분좋은 첫 승을 올리며 감독 교체 후 1승2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운이 없었다.홈에서 패한 점에서 더욱 그랬다.공격은 한국이,수비는 일본이 강할 것이란 예상은 들어 맞았다.하지만 초반엔 일본이 공수 모두 강해 보였다.핫토리 도시히로를 축으로 한 일본의 포백 수비진은 이동국을 원톱으로 세우고 이천수 최태욱을 좌우 날개로 활용한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공격에서는 노장 나카야마 마사시가 제몫을 했다.전반 14분과 16분 골 결정력만 갖췄으면 일찌감치 득점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태욱과 이천수의 측면 돌파가 먹히기 시작한 전반 20분이 지나면서 한국도 안정을 찾아갔다.24분 이동국과 이천수의 잇단 문전 슈팅 이후 분위기를 휘어잡은 한국의 공세는 불이 붙었다.

전반 40분 안정환과 최태욱의 콤비플레이로 얻어낸 왼쪽 코너킥에서 시작된 공세는 좌우를 번갈아가며 집요하게 펼쳐졌다.먼저 최태욱의 왼발슛이 골문을 향했다.하지만 골키퍼 나라자키 세이고의 펀칭.공은 다시 오른편 이동국의 발 아래 떨어졌다.어김없는 이동국의 논스톱 슛.그러나 역시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다시 왼쪽에 서있던 이천수의 기회.이번에도 공은 골문을 뚫지 못했다.전반 종료까지 5분여의 공세는 그렇게 무산됐다.

후반엔 일본도 강력하게 맞섰다.6분 나카타 고지의 중거리슛으로 절대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일본은 한국이 8분 안정환의 롱패스를 받은 이동국의 문전 논스톱 슛으로 반격을 취하자 18분 나카야마의 문전 정면 슈팅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20분이 지나면서 한국은 최성국 박동혁 김상식 등 신예들을 기용,분위기 반전을 꾀했다.하지만 실효는 없었다.일본도 후반 30분 나카아먀를 빼고 나가이를 기용했다.교체는 적중했다.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를 일본의 승리로 이끈 건 바로 그였다.

곽영완 이창구기자 kwyoung@

감독 한마디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감독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경기였다.선수들이 한·일전이라는 무게 때문에 몸이 무거웠다.경기 주도권을 쥐고 많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쉽다.일본은 조직력이 뛰어났다.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한 기회가 됐다.월드컵 멤버를 서서히 젊은 선수로 교체하는 과정에 있다.시간을 두고 좀더 기다려야 한다.

●안투네스 지코 일본감독

대표팀을 맡은 지 4경기만에 승리해 기쁘다.한국의 공격에 초반부터 어려움이 많았다.특히 이천수에게 많이 뚫려 우리 수비가 흔들렸다.하프타임 때 이천수를 집중마크할 것을 지시했다.패했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한국과 일본 모두 감독교체와 포백시스템에 적응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2003-04-1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