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동안 신들린듯 작업” / ‘서유기’ 국내 첫 완역 임홍빈씨
수정 2003-04-16 00:00
입력 2003-04-16 00:00
‘서유기’를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 완역한 임홍빈(63)씨는 14일 대한매일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번역에 들인 공에 대해 겸손하게 말했다.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나와 있는 ‘서유기’는 모두 5종.그러나 이들은 대개 연변 조선족이 번역해 우리 문체가 아니거나 내용이 축소됐고 역주가 없는 등 ‘불구의 서유기’라고 할 수 있다.
4년 동안 200자 원고지 1만 6000장을 번역하는 데만 매달린 임씨는 “작업전 ‘서유기’ 번역현황을 조사했다.”면서 “완역본이라고 말한 판들이 몇종 있어서 꼼꼼히 원본과 비교해 보니 매회 6개의 시편(詩篇)에 담았던 인물 소개나 풍경묘사,전투장면,종교적 원리 등이 누락된 게 많아 완역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임씨는 이를 보완하려고 베이징과 홍콩 등을 5차례 방문하여 원전을 확보했고 670여개의 주석도 손수 달았다.
번역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임씨는 “신들린 듯 작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작품의 한 배경인 도교를 잘 몰라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번역했음을 시사했다.예컨대 옥황상제는 하늘의 최고신으로 알고 있는데 도교에서는 3청 밑의 4제왕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따라서 도교를 모르고 번역하면 3청의 한 사람인 태상노군이 옥황상제와 대화하는 장면을 높임말로 옮기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
임씨는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국역연구부 전문위원과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중국 역대명화가선’‘수호별전’ 등 많은 작품을 번역했다.
임씨 번역의 다른 특징은 친근한 한글 문체.서울대 성민엽(중문학) 교수는 “우리말을 잘 구사한 번역문체였다.”고 평가했다.
‘서유기’는 모두 100회로 이뤄졌는데 완역본 1차분 3권이 18일께 나온다.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모두 10권으로 기획된 것으로 2차분 3권은 6월 초,3차분 4권은 7월 초쯤 나올 계획이다.삼장법사를 필두로 손오공과 저팔계,사오정 등이 마귀의 방해를 극복해가며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간다는 내용의 ‘서유기’는 동물을 의인화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자유자재의 변신 등 다양한 상상력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판타지의 매력을 흠씬 준다.
마지막으로 흘린 땀에 비해 지원금 500만원이 너무 적지 않냐고 물으니 “돈보다 책이 많이 알려져 ‘서유기’에 대한 뒤틀린 인식이 바뀌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2003-04-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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