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짧은 귀국 긴 여운’수렴청정 관측속 재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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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3-17 00:00
입력 2003-03-17 00:00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16일 오후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이번엔 부인 한인옥씨를 동반했다.출국 직전 그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대북 밀사설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했다.이어 “97년 대선 때도 ‘밀사를 보냈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북쪽의 장난에 남측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해 “나는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더욱 결속되고 확고하게 야당 위치를 지키기 바란다.”고만 했다.

그는 이날 보여준 태도처럼 지난 열하루 동안 극도로 정치적 행보를 자제했다.주변에서는 ‘수렴청정의 시작’이니,‘정계복귀 수순’이니 하는 관측들이 나왔으나 그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아직은 이런 관측들이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우선 그는 지난 5일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대구 지하철 참사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그 뒤로는 서울 옥인동 자택에 머물면서 명륜동 본가를 방문,병환 중인 모친에게 인사를 드리고 예산 선영을 찾았다.다음달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당권주자들이 앞다퉈 면담을 요청했지만 전화로만 인사를 나눴을 뿐 만남을 사양했다.정치적인 언급도 없었다.이종구 전 특보는 “모친 간병을 귀국 이유로 내세웠다면 좀더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그럴 경우 갖은 억측을 불러일으켰을 것이고 총재도 이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말 그대로 단기비자 갱신을 위한 귀국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선 “그가 내년 총선 전에 귀국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이 전 총재 자신도 “당신이 우리의 대통령”이라던 어느 대구 참사 유족의 눈물 섞인 절규가 쉽사리 귓전을 떠나지 않을 듯싶다.그는 “(미국에)가서 좀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온 국민이 편안하게 되는 때가 빨리 오길 진심으로 간구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진경호기자 jade@
2003-03-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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