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인터넷 실명제’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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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2-12 00:00
입력 2003-02-12 00:00
반대 찬성 익명성 제한 토론문화 위축 사생활 침해·명예훼손 급증 “표현자유 침해한다” 주장 “실명제 도입 꼭 필요하다”
‘인터넷실명제’는 사이버문화 정착을 위해 필요한가.
1000만 초고속인터넷시대를 맞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란이 팽배하다.최근 대통령선거 전자개표 조작설 유포,인터넷 시위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이같은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찬성자들은 익명을 악용한 유언비어 배포 등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실명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이 훼손되면 ‘표현의 자유’나 ‘사생활보호’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실명제란 포털 사이트 등의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본인 확인을 거치는 제도다.
●대전제는 법제화 필요
정보통신부는 ‘표현의 자유’ 등 인터넷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최근 온라인상의 사생활침해와 명예훼손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통부가 지난해 업계를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한 결과,실명제가 도입되면 수익구조에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 법제화 분위기는 수그러졌다.또 차기정부가 인터넷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따라서 정통부는 우선 정부 및 공공기관 사이트에 대해 실명제를 의무화하고 민·관 공동 캠페인 등을 통해 실명제 조기정착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명제는 정통부와 산업자원부,충남도,제주도 등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또 도입에 찬성하는 일부 업체들은 인터넷 동호회 운영자의 실명등록을 정통부에 요구하고 있다.네띠앙 관계자는 “실제 생활과 사이버공간의 예절이 다를 이유가 없다.”면서 “사이버 폭력은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
법률 전문가나 업계는 도입 취지는 맞지만 현재의 여러 여건상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한다.특히 익명성에 제한을 가할 경우 활발한 토론문화는 급격히 식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실명제가 행복추구권,사생활보호,언론의 자유 등 국민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IT·인터넷전문 변호사 배재광씨는 “자신은 실명을 하고 싶지 않은데 ‘실명제’ 때문에 의사가 무시된다면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더욱이 실명제의 범위와 한계·절차 등을 구체화할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가 저해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이들은 특히 인터넷이 개인이 일상에서 충촉하지 못했던 취미나 관심사를 가상공간에서 극대화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은 “기업의 수익성 확대나 타깃 마케팅을 위해서는 도입이 타당하지만 가명을 이용한 음란물 증가 등은 실명제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업계 관계자는 또 “지난 9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실명법인 ‘인터넷 사찰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위헌판결을 내려 무산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기홍기자 hong@
2003-02-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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