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보다 차가웠던 옛 동료들/北선수들 ‘귀순’ 황보영 냉대
수정 2003-02-04 00:00
입력 2003-02-04 00:00
북한과의 경기를 끝낸 한국 여자대표팀 황보영(24)은 옛 동료들의 냉대에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헬멧을 벗은 얼굴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3일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한국-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일본 미사와 아이스아레나.사상 첫 남북 맞대결인 만큼 초반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결과는 북한의 10-0,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날 경기는 결과보다 귀순 처녀 황보영과 북한의 옛 동료들간의 재회에 시선이 집중됐다.개막식 때 남북한 선수단이 손을 맞잡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나란히 입장했던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관심은 더했다.
그러나 옛 동료들의 반응은 아이스링크만큼이나 차가웠다.경기가 끝난 뒤 악수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지만 북한 선수들은 단 한명도 황보영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경기 도중 옛 동료로부터 심한 욕설까지 들었다.
황보영은 “경기 뒤 악수를 하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면서 “하지만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는 시작됐고 북한 공격수인 신정란과 한국 수비수인 황보영은 수시로 부딪혔다.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렬했다.심한 몸싸움속에서도 위로의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다.
1피리어드 1분8초만에 신정란의 골을 시작으로 북한은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고,한국팀은 공격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수비에 급급했다.
지난 97년 북한을 탈출한 황보영으로서는 6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이었지만 끝내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북한은 이날 승리로 3패 뒤 첫 승을 거둔 반면 한국은 3패를 기록,5일 카자흐스탄과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아오모리(일본) 박준석특파원
2003-02-04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