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광장] 복권 당첨자 수를 늘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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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1-25 00:00
입력 2003-01-25 00:00
당첨금 65억원.연초부터 터진 국내 복권 사상 최대 당첨금의 주인공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한다.휴대전화를 바꾸면서 받은 경품 복권이 1등으로 당첨돼 33억을 받은 주인공도 전셋집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박을 터트리는 행운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1억원만 나에게 줬으면 좋겠다.”는 말부터 “왜 나한테는 그런 행운이 없을까?”라는 부질없는 한탄(?)까지….
그래서 일까.요즘 들어 “나도 한번”이라며 복권을 사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박열풍과 이를 부추기는 복권 발행기관,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성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이들은 복권이 ‘확률의 사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로또복권에서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815만분의1이라고 한다.사람이 1년 동안 벼락맞을 확률이 50만분의1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1년 내내 매달 한차례 이상 벼락을 맞을 확률과 같다.한마디로 당첨 확률이 0에 가깝다는 얘기다.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때 당첨금을 다음 회로 이월하는 것도 헛된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복권은 수백만명 이상의 호주머니를 털어 복권 사업자와 극소수의 당첨자가 몽땅 나눠 갖는 불공정한 게임이다.그 실체를 안다면,일확천금으로 포장된 기대감은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1억원만 있다면”이라고 씁쓸하게 웃는 소시민들에게 복권은 내칠 수 없는 유혹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카지노처럼 복권에 목숨을 걸고 거액을 탕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매주 한차례씩 복권을 구입하는 복학생 선배는 “솔직히 당첨될 것을 확신해서 사는 건 아니야.하지만 당첨되면 부모님께 부담도 덜어드리고 좋잖아.당첨을 기대하며 한번쯤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거지,뭐.”라고 털어놨다.또 복권이 당첨되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한 친구는 “취직 걱정하지 않고 맘껏 여행하고 싶어.여유를 가지면서 계속 공부도 하고 싶고….”라며 소박하게 웃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결혼 후 내집을 마련하는 데 10.8년이 걸린다고 한다.이를 단 한순간으로 줄여볼 수 없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탕주의다.”,“요행만 바란다.”고 매몰차게 비난할 수 있을까.
세상살이에 어깨가 무거운 소시민들의 은밀한 꿈을 단순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가장 적은 돈으로 즐길 수 있는 인생 역전의 게임,그것이 복권의 매력이 아닌가.
오늘도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인은 지하철에서 무수히 많은 복권 광고판을 보고 지나친다.‘당신도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나도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다소 허황된 생각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한가지 바란다면 복권 당첨의 행운이 극소수에 집중되지 않고,좀더 많은 사람에게 미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1등 당첨 금액을 낮추더라도 당첨자를 늘릴 수는 없을까.그러면 주변의 선배나 친구도 작은 기쁨을 나눠가질 수 있을텐데.
서주원
2003-01-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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