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총서형 전집 1권 출간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2-12-27 00:00
입력 2002-12-27 00:00
“나는 이 시문집의 제목이 비유하듯 과일 망신시킨다는 모과처럼 부실한시인이지만,그러기에 오히려 삶이 심신으로 더불어 악전고투의 심연 속에 있었다 하겠고,그 응어리진 사연이 하도 많아서 모과나무의 무성한 옹두리를방불케 한다.”

우리 시대의 큰 시인 구상(83)의 시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총서형 전집의제1권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홍성사)가 출간됐다.깊고 의연하고 웅숭깊은 시인의 자취가 시와 산문,인물론으로 모아졌다.

이 책이 뜻깊은 것은 노시인이 심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손수 편집하고감수하며 엮었다는 점이다.스스로 걸어온 ‘시인의 길’에 대한 지난한 애정의 발현이기도 하겠거니와,평생을 남에게 빚지기 싫어한 그의 조용하고 외로운 풍모를 보는 것 같아 더 정깊은 감회를 느끼게 한다.

책에는 시문(詩門)에 갓 발을 들여놓은 젊은 시절부터 지난 80년대까지 현대시학지에 50회에 걸쳐 연재한 90여편의 연작시에,최근 적은 시 10편을 더해 모두 100편의 시를 실었다. 여기에 이 시대를 때로는 뜨거움으로,때로는아련함으로 흔든 주옥같은 산문 ‘구·불구(具·不具)의 변’과 오상순(공초)·이중섭·이기련·김익진·박용주·마해송·김광균 제씨와의 추억을 담은‘내가 만난 기인일사’를 함께 실었다.이 책을 두고 그가 “나의 생활사인동시에 정신사요,나아가서는 현대사의 한 단면”이라며 묵직하게 의미를 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몸이 자꾸 기운다.”는 노시인의 근작 시편을 음미해 보자.‘나는 시에 매달린 지 50여 년/이건 원고지를 마주하면/노상 백지일 따름이니/하도 어이가 없어/남의 말하듯 하자면/길 잘못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어찌하랴/돌이킬 수도,그만둘 수도 없고/또 결코 뉘우치지도 않는다’(연작시 99)며 반세기를 훌쩍 넘어선 시업(詩業)에 눈물겨운 사랑을 고백하고있다.

구상의 시세계를 두고 일부에서는 ‘비시적(非詩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필경 그의 자유정신에 대한 외경의 심정에서였을 것이다.이를 두고문학평론가 김윤식은 “그는 일부러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것은 온갖 기교를 사용하여 비시적이고자 했던 이상의 경우만큼 장관이라면 장관이라고 할 것”이라고 평했다.

오는 2005년까지 총 10권으로 발간될 전집에는 시와 시론 외에 희곡·시나리오,묵상집,서간집과 금석문이 포함된다.

심재억기자
2002-12-27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