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에세이]글쓰기교육,문예교육,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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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2-25 00:00
입력 2002-12-25 00:00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글을읽을 줄 앎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읽을 줄 알고,글을 쓸 줄 앎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쓸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므로 글쓰기 교육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고,창의적 사고와 올바른 세계인식 및 판단의 필수적 기초가 된다.이것은 세계화,정보화,문화의 세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글쓰기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글을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좋은 글을 읽으면 좋은 글을 쓰게 되지만 나쁜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쓰려고 하면 무엇이 좋은 글인지 몰라 잘 쓸 수 없게 된다.따라서 글쓰기 교육은 문법 교정이 아니다.이런 의미에서 글쓰기 교육은 문예교육이어야 한다.좋은 문학작품을 읽고,좋은 음악과 공연예술을 듣고 보고,좋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글쓰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그러므로 글쓰기 교육은 창의적 사고와 올바른 세계인식 능력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문예를 통한 최고선의인간다운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기도 하다.구미국가에서 문예교육을 통해글쓰기 교육만이 아니라 도덕교육을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가 염려하는 공교육의 위기도 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이 입시위주 교육으로 전락하여 입시학원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데 있다.따라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은 교육의 기본을 회복하는 것이다.그것은 바로 글쓰기 교육과 문예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글쓰기 교육을 잘 하려면 국어교육을 올바로 해야 한다.한글은자랑스럽게도 세계의 많은 문자 중 유네스코에 의해 유일하게 그것을 해설한 책이 기록문자 유산으로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이다.또한 우리나라의 국제적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 전 세계54개국 394개 대학에서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너무 경시하고 있다.학교에서의 국어교육도 문법과 입시위주로 되어 있고,국적 불명의 인터넷 통신언어와 외래어 남용,무분별한 방송 신문언어가 우리의 언어를 훼손시키고 있다.이런현실이 더 계속되면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실제로 유네스코는 세계화에 따라 개별국가 및 개별 언어에 대한 관심이 퇴조하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언어 중 절반 이상이 100년 내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표현 기능이 아니라 존재의 집이다.언어는 개인의 의식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민족,국가의 정신과 양식을 반영한다.이런 의미에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언어정책이 국가와 민족의 존립과 직결된 주요정책이라는 인식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자국어 보호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따라서 우리 말과 글을 올바로 사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일회성 내지 캠페인 중심의 국어 순화운동을 벌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우리 국어는 세계최고의 문자문화유산이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어 기본법’의 제정과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김성재 문화관광부장관
2002-12-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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