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길섶에서]여백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2-12-25 00:00
입력 2002-12-25 00:00
작가 김주영은 환갑을 넘긴 지난해에야 장편소설 ‘거울속 여행’을 통해 가난과 고통에 찌들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작가는 조각난 거울을 짜맞추듯 기억의 편린들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미처 채워지지 않은 자그마한 ‘여백’을 발견하고 새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작가 김영현은 최근 발간한 장편소설 ‘폭설’에서 투옥과 고문,강제 징집등으로 찢겨졌던 20∼30대 시절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에서 ‘여백’으로 남았던 시기에 비로소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는다.10년 전 중국 고비사막에서 자신을 학대하면서도 찾지 못했던 ‘흔한’ 대답이다.하지만 작가는 검게 타버린 채 여백으로 남았던 이 시기를 채색하기 위해 10여년의 세월을 우회했다.

여백은 이처럼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고,동양화처럼 부재(不在)의 미학일 수도 있다.노장사상에서는 채워지지도 않고 채울 수도 없는절대 공백을 가리킨다.

올 한해가 저물어간다.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떼내기 전에 올해가 남긴여백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2002-12-25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