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단 매와 애정없는 매
기자
수정 2002-12-23 00:00
입력 2002-12-23 00:00
물론 청춘 군상의 캠퍼스 생활을 가벼운 코미디 터치로 풀어가는 게 프로그램 특징인지라,환경 계몽 메시지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그렇다고 ‘반환경 프로그램’선정까지야….
그럼 과연 ‘베스트 그린 프로그램’은 어떤 작품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공문을 뒤져보니….‘환경 스페셜’ ‘하나뿐인 지구’ ‘생태 보고서’ 등이 올해 최고의 환경 프로그램이란다.
문득 ‘최악의 환경 프로그램 연출가’로서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같은 시트콤이나 드라마 장르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반환경적이라는 게 아니라 아예 비교 대상이 환경 관련 다큐 프로라니….
요즘 몇몇 시청자 단체에서 가끔씩 이렇게 ‘최악의 프로그램 상’을 선정해서 발표한다.TV라는 매체의 특성이 매스컴,즉 일대다(一對多) 대응인지라,이러한 수용자 측의 피드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자칫 시청률 지상주의와 선정주의에 휘둘릴 수 있는 PD들에게 단 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그런 매체 비평을 보면,TV 프로그램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 없이 엄숙주의의 잣대로만 프로그램을 재단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코미디 프로는 무조건 나쁘고 교양 프로는 무조건 좋다는 게 방송 비평의 메인 테마라고 말한다면 코미디 PD의 자격지심일까?
단 매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그럴수록 그 매를 드는 손에는 애정이 있어야한다.애정 없는 매만큼이나 달갑지 않은 게 설득력 없는 매이다.전교 1등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다고 혼나다니,글쎄….최악의 환경 프로그램선정,단 매로 받아들이겠지만,맞으면서도 한편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다.
김민식 MBC PD
2002-12-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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